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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Mar 28. 2017

소재가 약이었을까, 독이었을까?

영화 <프리즌>

배우 한석규 씨를 좀 기다리긴 했다. 그의 중후한 목소리와 다소 무게 있는 액션이 기대되기도 했고 역시 오랜만에 등장한 '해바라기'의 추억이 깃든 김래원 씨의 영화 속 모습도 궁금하긴 했다. 

 소재도 흥미로웠다. 알리바이가 모든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현재의 범죄 추적 과정에서 감옥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용의 선상에 오를리 만무하다. 이런 방향으로 시작한 영화 프리즌의 독특한 소재는 영화가 끝나고 과연 이것이 약인지, 독인지 의아해졌다. 

 당신은 혹시 이 영화 어떻게 봤는가?



 감옥을 배경으로 한 최근 영화 중에는 <검사 외전>이 있었고 또 요즘 흥행하고 있는 드라마 <피고인>도 있다. 어쩌면 이제 감옥 생활이 눈에 익은 우리이기에 감옥이라는 배경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감옥이야말로 인간의 힘과 권력이 눈에 보이는 단절된 세상으로 강한 자만이 약한 자들 가운데서 군림한다는 법칙이 성립되고 보존되는 곳으로 인식된다.

 그곳에서 시작하는 영화 <프리즌>은 무게감 넘치는 배우 한석규를 등에 업고 멋진 항해를 시작해간다. 감옥 안에 갇힌 교도소 범죄자들이 밤이면 밖으로 나가 필요 없는 사람들을 '치워'버리는데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저런 사람들이 실제 할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두렵기도 한 소재였다. 말 그대로 법 따위는 일절 필요가 없는 독톡한 범죄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한계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은 감옥 안에서 행해져야 하는 많은 장면들이 영화를 조금 지루하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소재는 좋았지만 더 색다르게 풀 수 없었던 스토리라인이 굉장히 아쉬웠다. 이제는 눈에 뻔히 보이는 반전을 부여잡고 억지로 억지로 끌고 나가려는 고집 때문인지 영화는 후반부에 갈수록 무게를 잃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익호와 송유건 사이의 대립도, 그리고 정익호와 내부 세력들 간의 대립도 유별날 것 없이 예상대로 였고 그 결말까지도 너무 심심했다. 소금을 찍지 않은 감자를 먹은 것처럼 뭔가 아쉽고 부족했다. 무엇보다 그 결말도 감옥 안에서 맺었으므로 결국은 소재 자체가 감옥이었기 때문에 그 감옥이라는 환경이 영화의 여러 갈래 가능성들을 제약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재미가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아쉬움이 컸다. 두 배우가 오랜만에 스크린에 등장했고 포스터만 해도 강렬한 포스가 보였는데 감옥이라는 소재가 많은 방향성을 막은 것은 아닌가 싶고, 또 이렇게 단순한 반전을 가지고 영화를 이끌었어야 했나 싶다. 
 무엇보다 개봉 시즌이 <검사 외전>의 기억과 <프리즌>의 임팩트가 끝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감옥이라는 메리트가 더 높이 평가되지 못하지는 않았나 싶다. 

 아마도 내가 기대하고 있던 두 배우가 보다 더 멋있고 좋은 스토리 안에서 내 머릿속에 흡입력 있게 각인되었으면 하는 스스로의 기대치가 높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재밌었지만 못내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그런 영화였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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