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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Mar 29. 2017

지루함과 신선함의 줄다리기

영화 <공각 기동대 : 고스트인 더 쉘>

나는 그저 공각기동대라는 만화가 있다는 것만 아는, 공각 기동대에 대한 지식 자체가 전무한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보게 됐다.
 
 그렇다 보니 만화 속 공각 기동대의 모습이 얼마큼 영화로 잘 재연됐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할 길이 없다. 다만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잠시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영화에 온전히 몰입했고 전개 방식과 연출에 굉장한 만족을 느끼고 나올 수 있었다. 물론 이제까지 선전했던 내용들,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들에 비해 영화 자체가 주는 임팩트는 다소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풀어내는 스토리와 스칼렛 요한슨 외에도 매력 있는 캐릭터들로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것 같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저 슈트가 굉장히 민망했고 입기 싫었다고 했다는데 보면서도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거의 대부분의 액션 신이 저 슈트를 착용하고 등장하는데 계속 그녀의 인터뷰 내용이 떠올라 보는 내가 미안해지기도 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다들 느꼈겠지만 그녀는 스크린 속에서 내내 부자연스러웠다. 의도적으로 말이다. 아마도 내 추측으로는 스스로의 몸이 기계이기 때문에 기계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고자 그런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을 거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걸음걸이가 굉장히 딱딱했고 표정과 고개 돌림, 고개 위치 등이 보기에 껄끄러울 정도로 괴이했다. 그녀 나름의 연기였겠지만 조금 과하지는 않았나 싶다. 

 '메이저'라는 캐릭터 자체가 완벽한 기술의 집결체이기 때문에 그냥 자연스럽게 연기를 했어도 잘 모르지 않았을까 싶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섹터 9이라고 하는 정부의 대테러 방어 조직의 캐릭터들도 매력 있었다. 그녀가 온전한 주인공이었지만 곳곳에서 캐리 해주던 캐릭터들이 있었기 때문에 소위 보는 맛이 더 늘었다. 그녀의 옆을 매번 든든하게 지켜주던 '바토'는 그의 초롱 초롱 하고 순동 순둥한 눈을 사고로 잃고 렌즈로 바꾸고부터 더 매력이 넘쳤던 것 같다. 뭔가 우직한 상남자 같다고 해야 할까? 

 또 내 어릴 적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던 '배틀 로얄 1'의 담임 선생님 역할을 했었던 배우 기타노 다케시가 연기한 섹터 9의 수장 '다이스케 아라마크' 역시 강한 리더의 모습과 더불어 사망 플래그가 충분히 섰는데도 불구하고 절대 죽지 않는 불굴의 대장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주었다. 무엇보다 기계, 인간 그 사이를 가르지 않고 자신의 부하를 끝까지 지켜내려고 하는 보기 드문 의리파 캡틴이었기 때문에 더 정이 많이 갔던 것 같다.



 공각 기동대의 전체적인 배경을 보면서 과연 저런 미래가 다가온다면, 저런 세상이라면 어떨까 고민을 많이 해봤다. 영화 속 미래 세상은 내가 바라는 미래 상과는 많이 달랐다. 인간의 많은 부위를 기계가 대신하고 인공지능이 대다수인 세상.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람인지 기계인지 물어야 하는 세상. 그 시대가 되면 인간에게 존엄성이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게 될까도 궁금했다.

 그녀의 몸도, 그리고 정신도. 미래에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상황이기에 어쩌면 중간중간의 지루함 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녀가 그녀의 자아를 찾아 나가는 그 과정을 응원하고 지켜보면서 줄곧 지루함과 신선함의 줄다리기를 해야만 했다.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는 줄 수 없을 것 같다. 공각 기동대 만화의 팬이라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스칼렛 요한슨과 예고편의 어마 무시한 연출에 반해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사실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또 그들이 사는 세상을 한번 생각해 본다면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 속에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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