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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Nov 14. 2016

지옥이 여기 있나니

영화 [아수라]

 아수라. 그 본질적인 의미의 해석을 보면 모든 선한 신들에 대적하는 악의 신 혹은 지속적인 투쟁을 의미한다. 그 의미를 알고 나서야 나는 배우들의 모습과 영화 자체의 느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평점이 그리 좋지는 않은 편이었다. 어떤 분은 '정말 좋은 재료를 이용해서 맛없게 비빈 비빔밥' 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 개봉 전부터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또하나의 르와느물일거라는 기대감과 "무한도전"에서 배우들의 활약을 보며 어느정도 기대에 들떠 있던 내 자신을 조금 위축시키는 평가들이었다.

 그래서 기대감이 하락한 상태로 봐서 그런지 나는 나름 괜찮게 봤다. 영화를 볼 때 스토리나 개연성을 많이 따지는 편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 영화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많다. 가장 중점이 되는 것이 정우성 배역의 '한도경'인데 그의 행보는 짐짓 의문을 품게 만든다. 두 권력 앞에서 박쥐의 모습을 보이는 그의 행동은 우리가 알던 기존의 르와르 룰을 깨트리는 행동이었다.

 거대한 시장의 힘 아래서 그동안 뒷일을 도맡아 해온 그가 이미 한차례 물러서게 만들었던 검찰의 권력에 휘둘리는 모습이 부조화스럽다. 또한 그 사이사이 우리 눈에 훤히 보이는 빈틈을 이용조차 하지 못하는 그가 답답하기 까지 하다.



 정우성의 연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도경이라는 캐릭터를 완전히 소화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가 하는 욕설들이 부담스럽게 귀에 꽂혔다. 그래서 더 몰입하기 힘들었다. 

 개연성 없는 전개에 부담스러운 연기력에 참신하지 못한 스토리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그런 것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갉아 먹고 영화를 자연스레 비판하게 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 이면의 것을 추측해본다.



 제목 그대로 나는 이 영화 자체가 충분히 아수라였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멍청한데 깡만 남은 한형사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일부로 정우성이 그런 목소리와 연기를 준비했다고 하면 또 이해가 된다. 그의 기본적인 차가움과 냉정한 모습이 배역에 드러났다면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났을 것 같다. 지옥보다 더한 지옥에서 아수라장을 휘젓는 한형사를 필두로 독종 검사와 악한 시장의 대립 속에 그가 느꼈을 진정 잔혹한 현실을 영화에서는 그대로 보여준다.

 어느 하나도 굴복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 앞에서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계속 해 나가던 그의 가뿐 숨소리가 기억난다. 마지막이 되서야 둘을 대면시키고 이제는 못해먹겠다고 하며 나가버리는 그의 뒷모습이 애처롭다. 현실은 아수라장이었고 그는 완벽한 희생양이었다. 

 쉽게 말해 두 고래 사이에 터질 준비가 된 새우였다.


 서로의 흑막 속에서 줄의 끝을 잡고 맞잡고 서로가 세워 놓은 동일한 말인 한형사를 두고서 벌이는 기싸움 끝에 인간이 죽음으로서 마지막으로 안식을 취하는 장례식장에서 대립한 그들은 그곳을 투쟁의 장으로 삼고 진정한 싸움을 시작한다. 
 
 일방적이고 당연한 결과를 도출해 낼 지라도 결국 그 대립이 그 순간 아수라의 의미를 깨워주고 그 잔혹함 속에서 어쩌면 세상이 더 지옥같을 것이라는 사실을 던지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인간의 본질 생존본능이었고 그들은 모두 그것에 충실했다. 지극히 살고 싶었던 검사는 발버둥 치고 모든 부분에서 승리하고 싶었던 시장은 더 큰 판을 위해 머리를 굴린다. 그 속에서 한형사는 복수를 꿈꾼다. 이제는 더이상 휘둘리지 않는 동등한 악인으로서 마지막 그 핏기어린 미소가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잘 봤다. 평점을 많이 던지지는 못하겠지만 '아수라' 그리고 '아수라장' 이라는 의미를 어느정도 이해하고 본다면 보다 넓은 시야로 영화 전체를 어우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사는 이 현실이 지옥보다 났기를, 오늘도 소망을 가지면서 나는 '아수라장'을 헤쳐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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