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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ul 03. 2017

나는 조선의 박열이외다.

영화 <박열>

 이준익 감독이 또 한차례 뽑아 올린 <박열>이라는 칼날은 역시나 대중들의 가슴에 정확히 내리 꽂히며 연일 승승장구를 해 나가고 있다. 물론 <리얼>이라는 나름 라이벌이라 예상되었던 영화가 리얼? 이라는 물음표를 달며 처참히 무너진 덕분에 더욱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국뽕이니 뭐니 요즘 이런 말들 많다. 영화가 역사를 왜곡했다. 사실과 다르다. 너무 미화되었다. 이런 말들도 많다. 영화는 하나의 문학이며 예술이다. 감독의 색깔과 배우의 연기력이 어우러져 진행되는 한 편의 교향곡과 같다. 모두의 입맛에 맞출 수 없기에 비판과 비난이 줄기찬 것도 영화이며 그것이 예술 작품의 숙명이다. 그러나 이 영화 <박열>은 애초에 영화 시작부터 사실에 최대한 근거했다고 말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람도 전혀 알지 못했던 인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역사에 대한 왜곡의 비난은 적을 거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당신은 이 영화 이전에 '박열'이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기나 했는가? 필자도 마찬가지로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독립운동가 하면 우리는 몇몇의 이름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 '박열'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가 너무나 반갑다. 대한 독립은, 우리의 투쟁 역사는 그 몇몇이 전부 완성한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박열'과 같은 숨은 독립운동가들을 알 필요가 있다. 

 당신은 이 영화 어떻게 보셨는가?



 이제훈이라는 배우 하면 드라마 <시그널>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의 강렬한 인상이 떠오른다. 마치 얼굴로 연기를 다 해내는 것 같은 모습이 어떻게 보면 그의 단점이기도 하고, 또 장점이기도 하다. 이 영화 <박열>은 그의 표정이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박열'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이제훈 씨의 연기 특성과 많이 비슷했고 그 덕에 연기가 참 매끄럽고 캐릭터도 매력 있게 잘 표현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정말 놀란 배우는 바로 후미코를 연기한 최희서씨였다. 이 영화의 가장 놀라운 부분은 다들 일본인 같았는데 배우진을 보면 의외로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것이고 무엇보다 완벽하게 일본인이었던 후미코가 한국 배우 최희서씨였다는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여러분들도 놀랐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고 또 그 놀라운 연기력이 뒷받침되어 주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에게 있어 이 작품은 아마 영화계에, 또 대중들에게 최희서라는 이름을 단단히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되지 않을까? 일본인 배우라고 관객들에게 확신 시켜 줄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녀의 연기력이 정말 대단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놀랐던 그 순간순간들이 바로 그녀의 연기력의 명확한 증거이지 않을까?


 

 참 많은 배우들이 등장했고 생소한 분들도 많았지만 세상에 역시 우리나라. 연기 잘하는 사람들 참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명 한 명이 빛을 발했고 그들이 모여 영화가 열렬히 빛났다. 그들도 연기를 하면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단순히 오락용 영화나, 혹은 액션 영화들과는 달리 역사적 고증을 가지고 접근하는 영화들은 아무래도 배우들의 어깨에 큰 짐을 짊어주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연기력에 잔뜩 날이 선 배우들이 분명 이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고 그 덕에 <박열>이라는 영화는 하나의 작품으로서 멋지게 개봉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이런 영화가 반가운 첫 번째 이유가 배우진 때문이라면 두 번째 이유는 역사적 사실이 가미되어 있다는 것이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아는 유명한 인물들 말고 그 이외의 다른 민족적 위인들을 알아야 할 때다. 또 앞으로도 꾸준히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자주자주 등장해 줘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역사란 한 나라의 국민들에게 정신과 얼이며 또 뿌리이자 정체성이다. 우리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역사가 마치 유행 같다. TV에서 갑자기 이슈화되거나 유명하고 재밌는 강사가 등장하거나 할 때 마치 밀물과 썰물처럼 역사의 중요성이 휘몰아쳤다가 잊힌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의 기억에서 잊힌들 그 사실은 변함없이 대한민국의 흐름 속에서 영원히 숨 쉬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서, 영상으로서 이렇게 자주자주 잊히지 않게 밝혀내고 알려주고 외치고 각인시킴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그 시절 그때의 우리 조상의 상처, 괴로움, 고통, 환희, 기쁨, 즐거움 등을 함께 알고 숨 쉬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열이라는 사람을 전혀 알지 못하던 나와 같은 사람들과 일제 강점기의 현실을 그땐 그랬지라고 생각할지 모를 사람들에게 이 영화로서 다시 한번 그날의 고통을 또 박열이라는 사람이 전하고자 했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또 조선인들을 위한 자신의 희생, 그 속의 외침을 기억하고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을 알고 싶다.
 역사 속에서 나라를 위해 장렬히 산화한 숨은 위인들을 더 알고 싶다. 
 몇몇의 유명한 사람들 보다 그들을 더 알고 싶다. 그들의 활동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이런 영화를 만날 때면 나는 <명량>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 해전이 끝나고 배 아래 노를 젓던 수병들이 지친 모습에도 승리에 취해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어떤 수병이 이런 말을 한다. 

 " 우리가 이렇게 싸웠다는 사실을 우리 후손들을 기억할랑가?"

 다른 수병이 이렇게 답한다.

 " 기억 못하면 호로자식들이제"

 내 기억이 명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느낌의 대화를 나눴다. 이순신 장군이 위대한 것은 알지만 사실 그 배를 나아가게 만들고 그의 명령에 따라 어떻게든 버티고 또 움직여 냈던 아래 수병들의 노력 역시 대단한 것처럼 단 한 명의 위대한 사람이 해낸 업적 아래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피, 그리고 열정과 노력이 함께 했다는 것을 이 <박열>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나는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강조해 드리고 싶다. 

 오랜만에 등장한 좋은 영화. 혹시 <리얼>을 보고 한국 영화에 회의감이 들었다면 <박열>을 통해 충분히 회복되길 바란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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