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블, 그리고 아쉬운 점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

어느새 내 기억 속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3번째 배우가 스파이더맨을 맡게 되었다.  토비 맥과이어 보다 더 재치 넘쳤던 앤드루 가필드, 그리고 그를 넘어서서 이번 작품의 배우 톰 홀랜드까지 뭔가 점점 더 유쾌한 이미지의 배우들이 스파이더맨의 바통을 넘겨받고 있지는 않나 싶다. 

 그래서 조금은 걱정이었다.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에 이미 상당히 많은 작품들이 나온 터라 소위 이번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차별화'는 무엇일까? 그래서 사실 이 부분이 굉장히 아쉽기도 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영웅 <스파이더맨> 당신은 어떻게 보셨는가?

 반갑기는 했다. 슬슬 무슨 맛인지 알다가도 모를 '어벤저스'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랜만에 한 명의 영웅이 집중 받는 시리즈가 다시 나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스터 한편에 위치한 아이언맨과 스토리 진행상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어벤저스'의 손아귀에서 이번 스파이더맨도 벗어나지 못했다. 

 큰 판을 벌이기도 했거니와 이제는 세계가 이 모양인데 다른 영웅들은 뭐 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마블의 세계관에서 어쩌면 이번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잠시 쉬어가는 코너이자 휴게소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러니까 영웅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어벤저스'의 큰 그림 안에서 그려지는 한 명의 영웅 이야기이자 에피소드 같았다.

 하긴, 생각해보면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너무나 많은 스파이더맨 이야기들이 영화로 그려진 상황에서 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할지 감독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나름 반전이라고 던진 장면도 영화 초반부부터 직감적으로 '스파이더맨이니까 이런 반전이 있을 거야' 하고 생각했었고 그것이 여지없이 적중하면서 아쉬움을 더했던 것 같다.

 그래도 유쾌한 배우, 장난기 많은 동네 동생처럼 다가온 톰 홀랜드의 영락없는 개구쟁이 '스파이더맨'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잘 이끌어 나갔다. 아마 이번 스파이더맨으로서 비로소 왜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은 손에서 나오는가 하는 궁극적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지 않았을까? 이제 더 이상 이 민감한 질문은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거미줄은 결국 기술력에 있었다. 
 
 이 기술력의 근간은 똑똑한 '피터 파커'도 한몫했지만 마블이 낳은 이 시대의 영웅 '아이언맨'도 한몫했다. 포스터에 나온 대로 로버트는 이번에도 열일 했다. 기존 작품과 똑같이 재수 없고 돈 많으며 이기적이다가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여지없이 뽐냈다. 여배우들보다는 듬직한 파커의 친구 '의자에 앉은 남자' 제이콥 배덜런의 연기도 좋았다. 진짜 학교에서 친한 친구를 만난 것 마냥 영화 속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할 수 있겠다.

 스파이더맨 본연의 스토리를 원했다면 다소 아쉽다.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고블린 비스름한 캐릭터는 이번에도 등장했고 반전도 비슷했다. 그저 색달라진 스파이더맨과 그의 멋진 슈트(이제는 쫄쫄이라고 하기엔 거의 아이언맨급 슈트로 바뀌었기 때문에)를 기대했다면 이 영화를 보고 충분히 즐거웠을 것이다.
 
 그러나 액션 영화 답지 않게 오프닝부터 점점 지루해져만 갔고 중반부가 돼서야 그렇게 임팩트가 크지 않은 장면들이 등장하면서 그나마 액션에 대한 기대를 달랠 수 있었던 같다. 결론적으로는 추후에 개봉한 '어벤저스'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이벤트성으로 등장한 영화가 아닐까 하는 아픈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쿠키영상이 두 개인데 두 번째 거는 보지 않는 것이 좋다 하고 그렇게 말들을 많이 하길래 나도 한국 사람인지라 꿋꿋이 기다려 봤다만 한번 더 강조하는데 당신의 시간은 귀중하다. 두 번째 쿠키영상은 과감히 포기해도 좋다. (캡틴 아메리카의 정신교육을 받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feat. 김큰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