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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Aug 07. 2017

잊지 말아야 할 그들이 만들어낸 푸른 5월

영화 <택시운전사>

 5월의 하루가 문득 떠올랐다. 

 5월, 봄에 피어날 녀석들은 이미 사방 팔방에서 자신들만의 색깔을 뽐내고 아이들은 신나게 파란빛 벌판을 뛰어다니고 형형색색의 천들이 깔리고 난 공원에는 여러 사람들이 저마다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또 다른 대화의 꽃이 피어난다. 하늘은 푸르고 날씨는 딱 적당하다. 사방에는 즐거운 웃음 소리만이 들린다. 이렇게나 평화로운 5월이다. 내 기억 속 5월은 늘 이렇게 푸르렀다. 

 그러나 그 5월. 그 어느해. 
 그들에게는 푸르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치열했다. 
 그들에게는 소근대는 삶의 소리보다 함께 외치는 열망의 함성이 있었고 
 뛰어다니는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달리고 도망치고 덤벼들었으며 
 봄의 소리보다 더 저릿하고 치명적인 총성과 폭언들이 난무했다. 
 
 그들이 깔아놓았던 그 5월에 우리는 살아간다. 그리고 잊어간다. 
 그렇기에 송강호씨가 초록빛 택시를 끌고 영화관에 뛰어들었다. 장훈 감독님께서 세상에 다시한번 그날의 함성을 전해주었다.

 당신은 이 영화 어떻게 보셨는가?



 영화는 5월 광주의 민주화 운동과 그 속에 얽힌 독일기자, 그리고 서울 택시 운전사를 중심으로 두고 있다. 사실에 입각해서 만들어진 영화로 실제 인물인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씨의 모습도 영화의 끝자락에 볼 수 있다. 단순히 어떤 감동과 어떤 허구를 전달하기보다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실을 충실히 전달하고자 노력한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그날의 끔찍함을 더 전달하지 못해 아쉬웠다. 

 지금이야 정부의 어떤 활동이나 일들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정보화 시대였지만 당시에는 이 좁은 영토에서도 다른 '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뉴스나 신문으로 밖에는 접할 수 없는 때였기에 언론을 장악했던 정권에게는 광주를 폭도의 도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기에 광주를 그저 폭도들의 도시로 묵힐 수 있었던 그때의 상황을 명확히 알릴 수 있었던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씨의 용감한 행동은 그만큼 대한민국의 역사에 큰 일을 해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것을 혼자서 이룬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자신을 데려왔던 '김사복'이라는 택시 운전사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죽기 직전까지 그를 한번만 만나보고 싶다고 외친다.  



 실제로 그들이 광주에서 한 행동들이 얼마만큼 진실로 반영되고 허구로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독일 기자를 광주까지 데려가고 또 그 치열한 현장에서 '살아서' 다시 서울로 되돌아왔던 택시 운전사 '김사복'의 그날의 생각과 마음가짐은 아마 영화 속 송강호 씨가 연기했던 '김사복'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영화 속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택시 기사였다면 진즉에 돌아갔을 거야.' 나는 그 말을 신뢰한다. 철통같이 막아서고 있는 당시의 군인들을 피해 어떻게든 광주안에 들어갔고 돈을 받고 돌아올수 있었을 상황에서도 다시 광주의 사람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자를 데리고 돌아나왔던 그는 분명 5.18 민주항쟁의 또다른 영웅이 틀림없다. 

 그로 인해 우리는, 광주의 시민은, 대한민국은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었고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며 내가 느낀 분노, 그리고 공감과 슬픔, 감사와 부끄러움. 2시간 속 그들의 사투와 함께 호흡하며 내 가슴속 5월의 풍경은 충분히 바뀌었다.  세상은 참 웃기다. 그렇게 요동쳤던 시대를 지나 케케묵은 역사 속에서 먼지를 탈탈 털어내야 그날의 비명이 조금 들린다. 매년 5월 18일이 되면 우리 모두 그날의 항쟁을 기억하지만 가슴속으로 깊이 느끼지 못한다. 그랬었구나, 한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그랬었구나 인가. 

 당시에 투쟁했던 젊은이들과 그들을 막을 수 밖에 없었던 또 다른 젊은이들. 그들의 격돌 속에서, 피 속에서 피어난 현재의 행복과 영화로운 삶에 그랬었구나 했다. 시험지에서 훑어 보고 OMR에 체크하며 그랬었구나 했다. TV에서 유명한 강사들이 열변을 토할 때 그랬었구나 했다. 그날의 사태를 만들어 냈던 사람들이 뉴스에 나올 때 그랬었구나 했다. 

 나는 위의 사진을 보며 울컥했다. 송강호씨가 짓고 있는 저 표정 안에 그날의 그분들이 보였다. 옳지 않은 일에 담대히 일어서서 고립과 고통속에서 진실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투쟁했던 그 분들이 보였다. 그분들은 그들이 만들어낼 미래를 생각하며 저런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자신의 자식들이 살아갈 존중받는 미래를 생각하며 치열히 부딪치지 않았을까? 마치 '내가 지금은 이렇게 힘들지만 미래의 너희들은 행복하기를'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슬프고도 감사했다. 

 5월은 아름다운 달이다. 즐겁고 행복한 달이다. 가정의 달이기도 하고 각종 크고 작은 기념일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안에 아픈 과거사도 함께 있다. 어쩌면 5월이 푸른건, 즐거운건, 행복한건 그 분들의 치열한 하루 하루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제 그랬었구나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랬기에 우리가 현재를 살아갈수 있었다고 감사하며 살아가려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준 그 격동의 시간 속에 투쟁했던 모든 어르신들을 위해서 현재의 대한민국을 나 역시 아름답게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하려 한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의 오늘은 얼마나 감사한가? 
당신의 자유로운 오늘 하루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절대 아니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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