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은 스프라이트 샤워가 필요해
영화 <장산범>
한국판 공포 스릴러가 보고 싶었던 차에 만난 이 영화 <장산범> 모 웹툰으로 미리 만나보기도 했고 또한 나름 sns를 통해 홍보도 많이 됐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인간의 오감 중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리를 이용해서 공포를 이끌어 낸다는 포인트도 좋았거니와 또 창백한 얼굴을 보면 절로 무서워지는 배우 '염정아'씨를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볼 수 있어서 기대를 많이 했다.
이미 <에나벨>을 통해 적잖이 실망을 했던 나였다. 무슨 팝콘이 날아와, 하나도 안 날아 오더만... 아마 이 영화도 평을 보자면 팝콘이니, 눈을 막아야 할지 귀를 막아야 할지 고민이라던지 이런 류의 글들이 판을 칠 거라 예상되지만 그래도 별다른 스토리나 깊이가 없었던 <에나벨>보다는 그래도 나름의 스릴러 성을 띄고 있을 거라 믿으며 영화관에 앉았다.
당신은 이 영화 어떻게 보셨는가?
역시 예상대로 <에나벨>보다는 훨씬 나았다고 생각한다. 나름 스토리도 있었고 음향 효과도 괜찮았으며 시각적인 공포보다는 소리와 깜짝 놀래는 포인트, 그리고 긴장감 유도 역시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았고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원색적인 공포도 잘 표현했다.
물론 그 반대로 후반부로 갈수록 애매해지는 스토리와 깔끔하지 못한 결말, 그리고 어우, 내가 왜 사이다를 안 사가지고 들어갔는지, 끝까지 답답해 미치겠는 여주인공의 행보까지 찝찝함도 많이 남아있다.
개인적으로는 '염정아'씨가 한쪽 머리가 내려가서 눈을 가린 채 앞을 쳐다보는 장면들을 보면서 역시 '장산범'보다는 '염정아'씨 표정이 더 무서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여러분은 어떤가? 정말 정색하면 너무 무서운 배우인 것 같다. 아마 나에겐 아직도 <장화 홍련>의 그녀 이미지가 벗겨지지 않은 것 같다.
스토리적으로 보자면 주인공 '희연'이 그녀의 잃어버린 아들을 그리워하다 결국은 장산범의 소굴로 간다는 이야기인데 그녀의 판단과 생각들이 깊이 공감되면서도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고개를 들었다. 물론 큰 충격이고 약까지 먹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그녀였기에 장산범이 흉내 내고 있는 그녀 아들의 목소리, 그리고 그녀의 심장을 파고드는 어린아이의 울부짖음은 결국 그녀 스스로를 장산범의 먹잇감으로 던져버릴 수밖에 없었지만 그녀에게는 남편과, 딸까지 있었기에 안타깝고 답답했다.
하긴, 공포영화에서 안 답답한 상황이 어디 있겠나.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니깐 굳이 혼자 다니다 잡히고, 씻다가 죽고, 하지 말라는 짓을 꼭 해서 여러 인물들이 죽거나 잡히거나 하지 않는가? 필요한 요소였기에 더 마음 아프고 씁쓸했다. 그런 인간의 상처를 집요하게 비집고 들어오는 장산범의 목소리는 누구여도 홀려가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보는 우리도 꽤나 공포에 떨어야 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았고 또 그 효과도 굉장히 만족한다. 무엇보다 이번에 처음 만난 아역 '신린아'양의 귀여운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뭔가, 공포영화보다는 더 밝은 영화에서 즐겁게 웃으며 연기하는 린아 양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냥 서 있어도 귀여워서 공포의 흐름을 깨기도 했던 것 같다. 그만큼 앞으로도 장래가 기대되는 매력적인 배우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많이 된다.
'염정아'씨는 이런 공포영화에 너무 잘 어울리는 배우인 것 같다. 표정과 연기력 역시 너무 좋았고 너무 슬프고 무서운 영화에만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서 다음에는 행복한 로맨틱 코미디 쪽에서도 만나봤으면 좋겠다. 더 많은 활동을 기대한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의 킬링 파트 '장산범'에 빙의된 중년 남성을 맡은 배우 '이준혁'씨. 그 역시 완벽하게 그의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후반부부터 나왔지만 충분히 임팩트 있었다.
꽤 재밌었고 공포 요소도 좋았던 영화였다. 다만 사이다는 꼭 챙겨 가길, 앞사람에게 들이붓지 말고 답답할 때 한 모금씩. 당부드린다.
feat. 김큰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