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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Aug 26. 2017

너무 자극적인 음식은 사람이 먹지를 못한다.

영화 <vip>

 장안의 화제작이다. 

 배우진들 때문인가 하고 궁금해서 눌러봤더니 그보다 더 뜨겁고 위험한 화제로 영화 자체가 들끓고 있었다. 평만 봐서는 정말 보기가 꺼려졌다. '초반부부터 다 벗은 남자들이 여자를 조롱하고 괴롭히고 있다, 여성 혐오다, 왜 여성만 고통받아야 하나.' 같은 자극적인 평들이 가득했다. 

 서두에 밝히지만 나는 그 어떤 편도 아니다. 그저 이런 자극적인 평들 속에서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어떤 감정을 느낄까에 대해 궁금했다. '이 영화를 보며 즐거웠다면 최소한의 인권의식도 없는 사람'이라는 평도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시선 자체가 불편했다. 그럼 이제까지 나왔던 느와르 물들은? 스릴러들은? 공포영화는? 인권의식? 대표적으로 인간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영화 <쏘우> 시리즈가 올해 개봉 예정이다. 그럼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잔인하지만 볼만했다고 말하는 모든 사람들의 인권의식은 문제가 있는 것일까?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보기로 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어디에 갈피를 둬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당신은 이 영화 어떻게 보았는가? 


 

일단, 배우진? 거의 완벽에 가깝다.

 이 정도의 배우면 흥행을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는 왈가 왈부할 감이 안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김명민' 씨가 나왔고 '장동건', '박희순'씨와 오랜만에 '이종석'씨도 스크린에 등장했다. 
 다들 정말 최고의 연기력으로 쟁쟁하게 임팩트를 쏟아부었지만 단연 돋보인 것은 '이종석'씨였다. 그의 연기를 보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보였다. '히스 레저'가 열연했던 그 배역 조커. 마치 자신이 그 배역에 온전히 대입된 것 마냥 '이종석'씨는 영화 내내 온전히 사이코패스 범죄자 '김광일'이었다. 모든 순간에 그의 표정부터 말투 그리고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모두 다 충분히 사이코패스 다웠다. '김광일' 다웠다. 

 영화의 스토리에는 뭐랄까. 

 좀 아쉬웠다. 충분히 좋은 배우들을 데려왔지만 영화 전반의 스토리는 독특하지도 않았다. 이전에 개봉한 <공조>와 비슷한 핵심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보다 강렬하다. <공조>는 부드러운 맛이 있었고 깨알 같은 감동의 요소로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지만 <V.I.P>는 너무 자극적이고 맵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아주 고통스러운 사레가 들릴 것만 같다. 

 몰입하기에는 정신적으로 괴로운 장면들도 많았다. 주먹이 움켜쥘 정도로 강렬했다. 아마 그래서 이 영화가 그만큼 뜨거운가 보다. 세상의 눈빛에 이 장면들이 온전히 살아남기는 힘들었겠지.



  이제는 좀 나도 자극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영화 자체의 분위기와 묘사에 있어서 확실히 부담감을 느낀 편이다. 
 특히 모두가 인정하는 그 부분. 사실 나도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물론 사실적인 묘사이며 아마도 북한에는 실제로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지는 않을까?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을 바라보면서 내 스스로 내가 정말 대책 없다고 느낀 부분은 '이종석'씨가 정말 잘생기고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간혹 범죄자들이 이쁘거나 잘생기면 그가 입었던 옷이나 가방 물건 등이 불티나게 팔리는 일이 있다. 그들을 옹호하는 일들도 생기곤 한다. 충분히 불쾌하고 말도 안 되는 범죄를 일으킨 범죄자. 사이코패스 '김광일'이 잘생겨서, 멋있다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들의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 부분부터 영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이런 자극적인 일을 영화로서 표현할 때 이렇게 연출해 냈다는 것은 접근 자체가 틀렸다. 

 그리고 왜 언제나 그 범죄의 대상은 여성들이어야 하는가?
 실제로 영화에서는 남성에 대한 죽음의 비중보다, 그 잔인함 보다 오히려 여성을 '가지고 노는' 행위들이 더 많이 보이며 '여성'을 바라볼 때의 '김광일'의 표정이 강조되곤 한다. 그리고 범죄를 저지르며 그 범죄에 거리낌이 없다. 물론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힘이 약하거나 사회적인 인식 자체가 여성은 남성보다 약하다고 느끼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장면을 넣음으로써 강조를 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그래, 여러 사람들이 바라봤던 그 불쾌감을 나도 느꼈다. 
 그 표현의 방법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 표현의 방법이 영화 전체적으로 바라봤을 때 이해가 되는 결말이거나 꼭 필요했던 장면이라면 납득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그냥 하나의 자극적인 조미료로 활용되었기에 잘못됐다고. 영화의 극적인 느낌을 살리거나 혹은 영화의 그 짜릿함을 올리기 위해, 단순한 수단적인 느낌으로 사용된 장면이기에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한국 영화에 이런 유의 잔인함이 스며들면서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나는 두통약을 먹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이번엔 한 알로 나을 수 있을까? 저번엔 두 알을 먹어야 났던데.'
자극적인 것들이 던져지면 던져질수록 우리는 무뎌진다. 알게 모르게 무뎌진다. 영화도 작품이자 하나의 산업이고, 저급하게 말해서 하나의 돈벌이다. 이런 영화일수록 더욱 흥행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경우가 많다. 이미 여러 자극적인 작품들을 통해 평균적인 영화 자체의 자극성은 높아지고 있고 그러다 보니 <VIP>는 그 정점에 더 다가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더 자극적이어야 해. 그것이 논란이 되고 그것으로 인해 우리 영화는 흥행할 거야.'라고 생각한 영화감독들이 이제는 한풀 꺾이길 바란다. 소위 이런 노이즈 마케팅도 마케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정말 이 영화의 그 장면을 바라보며 장면의 배우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염려되었다. 

 앞서 말했던 '히스 레저'는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그는 이 세상에 없다. 
 작품의 자극성에 온몸을 던진 배우는 그 정신적 대미지를 스스로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그의 유작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두렵다. 한국 영화가 또 다른 '히스 레저'를 낳을지도 모를까 하여 말이다. 

 언제쯤 세상은 자극=흥행이라는 법칙을 깰 수 있을까. 모르겠다. 또 어떤 매콤한 영화가 등장해서 세상에 노이즈 마케팅의 출사표를 던질지 말이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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