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ovi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an Sep 11. 2017

무서운 동화의 실사판

영화 <IT>

 나는 광대가 싫다. 나는 인형도 싫다. 고로 광대 인형은 굉장히 굉장히 싫다.
 싫다는 의미가 일종의 공포도 포함하고 있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어렸을 때 굉장히 충격으로 다가왔던 <사탄의 인형>을 보고서 그때부터 인간형 인형이 싫었는데 그 공포나, 두려움이 광대 쪽에도 비슷하게 흘러간 것 같다. 아마 내 기억에 사탄의 인형 생김새가 약간 광대와 같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IT>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무작정 공포보다는 뭐랄까, 스토리도 있고 사연도 있고 소재도 재밌을 것 같고, 약간의 광대 공포증이 있는 나에게도 적잖은 서늘함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예고편도 꽤나 임팩트 있었고 여기저기 홍보물들을 봐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뭐랄까? 
 많은 사람들은 유치하다고 하지만 나는 나름, 이유가 있는 유치함에 감탄하기도 했고 공포의 요소보다는 스릴러의 느낌이 강해서 놀라기도 했다. 물론 꽤나 심각한 잔인성에 한번 더 입을 벌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당신은 이 영화 어떻게 보셨는가?



 도대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공포영화에 무슨?이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건 공포 영화 이전에 '무서운 동화 실사판 버전' 같은 느낌이다. 

 광대라는 '소년 소녀들의 공포를 먹고사는 악의 존재'가 등장하고 그 악의 존재를 없애기 위해 출동하는 몇몇의 아이들이 나오는 무서운 동화 말이다. 장면과 대사, 그리고 우리가 누구나 유치하다고 느꼈던 부분들까지도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는 어른이 바라보는 무서운 동화 느낌이다. 아쉽게도(?) 영화 등급상 아이들은 볼 수 없지만 말이다. 

 몇 년 전에 잠깐 동화에 숨겨진 잔인한 이야기라든지, 숨겨진 잔혹한 이야기 같은 잔혹동화 시리즈가 한참 유행했었다. 어린 시절 마냥 행복하고 숨은 교훈들을 전달해주었던 동화들이 사실은 이런 내막이 있었다고 공표하는 일종의 음모론이었는데 꽤나 흥미로웠다. 그런 느낌의 영화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영화는 사실 1990년 스티븐 킹의 작품 <IT>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방영한 TV용 영화로서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괴랄하게 번역되어 <피의 피에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당시 나왔던 아역들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의 배우들이 영화에서도 등장하는 걸 보면 비슷한 연출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든다. 관심이 있다면 한번 보길 바란다. 꽤나 오래된 영화지만 나름 볼만하다는 평을 남긴다. 

 그렇기 때문일까? 막연한 공포보다는 볼만한 스토리로 무장하고 있다. 공포적인 요소들도 꽤나 있지만 어른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무섭진 않았다. 각각의 아이들이 자신의 내면에 가지고 있었던 공포가 현실화되어 'IT'의 공격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저 아이는 이런 공포를 가지고 있구나, 안타깝다. 이런 생각이 우선 들었던 것 같다. 

 이 공포들을 하나하나 물리치면서 똘똘 뭉쳐 피에로를 물리치는 과정들이 흥미진진했다. 적당한 공포와 유치하지만 탄탄한 스토리 덕분에 꽤나 몰입해서 봤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공포감은 덜했지만 스토리를 가지고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본 광대와 그 공포의 대상들, 그리고 그것을 물리쳐나가는 소년 영화를 유쾌하게 잘 보고 나온 것 같다.

 이해 안 되는 부분도 있었고 피식피식 웃기도 했다. 생각보다 너무 잔인해서 놀라기도 했고 아이들 내면의 공포, 그 대상들의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깨닫고 씁쓸해 하기도 했다. 사실 공포영화라는 것이 으악, 무서워하고 끝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다시 한번 보고 싶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장산범이 판을 치더니 미국에서는 광대가 사람들을 데려간 것 같다. <장산범>에 비하면 공포 요소들은 상당히 적었고 덜했지만 재미 면에서는 더 나았던 것 같다. 적당한 공포, 적당한 스릴, 괜찮은 스토리, 약간의 유치함. 그러나 내면을 바라보면 이해되는 그런 유치함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 간밤에 잠이 좀 안온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더 잠이 안오는.... 아 뭐 여하튼 꽤나 즐거운 영화는 분명했다. 

 feat. 김큰별

매거진의 이전글 두 남자의 환상적인 유쾌 하모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