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ovi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an Sep 22. 2017

두려움이 미래를 결정하지 않도록

영화 <잃어버린 도시 Z>

 멍청이. 

 나는 영화를 보면서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포스터만 보고서 이 영화가 <인디아나 존스>같은 액션 탐험 영화일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떡하니 브래드 피트 제작이라고 되어 있어서 더 그랬나 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점점 난 이 영화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을 비난하게 됐다. 그만큼 거대한 영화를 나는 이 가을밤에 마주하게 되었다. 

 꿈, 열정, 희망.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단어 Z에 집결되어 있었다. 
 그것은 한 남자의 일생이었고 꿈이었으며 삶의 이유이기도 했다. 여기 그 남자가 있다. 실화로 구성된, 이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험난한 시대, 단 하나의 촛불을 들고 정글을 탐험했던 그의 이야기. 

 당신은 어떻게 보았는가?



 한 남자가 있었다.
 어쩌면 인류에게는 격동의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청춘을 살았다.
 영국의 소령이었고 한편으로는 전방에서 싸우지 못한 억울함을 가슴속에 품고 있던 그였다. 
 
 그의 삶에는 불만과 후회가 가득했을 것이다. 그때, 그 시절에는 사내가 사내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죽기보다 싫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고 그것은 당연히 조국에 대한 헌신과 조국의 적에 대한 증오로 이어져있었다. 청춘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자원입대로 전장에서 장렬히 산화할 때였고 그 역시 그것이 옳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는 그저 신병을 교육하는 장교일 뿐, 전쟁터의 포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붉은색 장교복에 훈장 하나 달려있지 않은 소령이었고 진급은 저 멀리 도망가 버린 꿈이었다. 그런 그에게 왕립지리 협회에서 제안한 탐사는 별것 없을 거라는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하나의 불씨가 되어 다가왔다.

 살아가면서 목적과 다른 길을 헤엄쳐 나가며 자신의 목숨을 걸만한 일들이 없어 허우적대던 남자에게는 그곳, 아마존에서 마주한 세계는 가슴속에 축축이 젖어있던 기름이 뿌려진 심지에 작은 불씨가 되어 열화와 같이 번져 올라 타들었다.



 그는 그곳에서 인류의 현실을 보았다. 아마존의 야만인들을 무시하고 총으로 파괴를 일삼았다. 그것은 옳지 않았다. 또한 아마존에서 우리가 미개하다 여기는 야만인들의 삶의 현장에서 어쩌면 고대의 문명이 자리하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는 거기서 이 무의미한 싸움의 해결책을 발견했다. 인종 간의 갈등, 우월주의의 해소. 

 그는 그것을 찾고자 했다. 그가 지은 Z라는 도시를 찾고자 했다.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 같은 인간이 당연히 가지고 싶어 하는 가치 높은 물건들이 쌓여 있을 거라는 믿음은 그의 마음속에 없었다. 단지 인류를 위해서 고대의 문명을 발견해 내고 싶었다. 그 열정이 불꽃이 되어 높이 타올랐다. 

 그를 지지하고 따라왔던 유명한 탐험가가 오히려 그의 발목을 붙잡기도 했고 원주민을 친구로 삼기도 했다. 소령으로서 육군성에 소환되어 다시 전장에 뛰어들었고 그 치열한 전쟁터에서 함께 탐험하던 동료를 잃기도 했으며 자신은 가스 공격에 당해 한동안 시력을 잃고 더 이상 탐험은 할 수 없다는 선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아들과 함께 다시 한번 노년의 나이에 탐험을 떠난다. 그리고 그는 그가 그렇게 사랑하고 쫓았던 아마존에서 더 이상 돌아오지 못했다. 



 실제로 아마존에서 고대 문명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그의 연구와 노력은 실패하지 않았다. 적어도 Z는 그곳에 존재했다. 그는 그 험난한 시대에 자신의 열정을 온몸으로 보여준 위인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너무 좋다. 특히 깨어있는 신여성, 그의 아내도 좋았고 그들 사이의 유대도 좋았다. 결국의 싫어했던 아버지를 따라 마지막 여정에 동참하고 힘을 실어준 아들도 좋았다. 그의 가족이 어쩌면 단 하나 Z의 발견을 위해 뭉쳐있는 것 같았다. 

 "두려움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해서는 안되기에."

 당당히 아버지를 따라나서겠다 말한 아들 앞에 어머니가 승낙하며 말한 한마디가 한동안 내 가슴속에 불꽃이 될 것 같다. 가끔은 살아가면서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 두려움이 우리의 미래는 결정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그가 했던 것처럼, 그 중간중간 괴로웠던 순간에 가족을 상상하면서도 결국은 다시 아마존을 찾았던 것처럼, 언제나 신념을 잃지 않고 자신을 믿었던 것처럼. 그렇게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나가다 보면 

 우리도 언젠가 우리의 Z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의 Z는 무엇인가? 당신의 인생에 당신이 반드시 마주하고 싶은 Z는 무엇인가?

feat. 김큰별

매거진의 이전글 음악과 함께하는 파워 드라이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