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_ 이별공감8
2년전 그녀는 영화 같이, 그리고 운명처럼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제가 일하는 회사에 미팅을 하러 온 외부회사의 여직원. 긴 생머리, 큰 눈, 하얀 피부, 능숙한 발표까지, 그녀는 제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한 여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쉽게 연락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일’로 얽혀 있는 사이였기 때문이죠.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매순간 그녀를 생각했다면 거짓말이지만, 틈틈이 그리고 꽤 오랜 시간 그녀를 생각하며 언제쯤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고백의 그날은 자그마치 1년이 지나서야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기 때문이죠. 용기내 그녀에게 연락했습니다. 상상 속 그녀의 성격은 꽤 도도하고, 꽤 까칠한 이미지였지만 그녀는 그 어떤 여자보다 부드럽고 상냥했습니다. 약간의 유머도 있을 만큼.
그렇게 신원(?)이 확실했던 우리는 별다른 의심없이 첫만남을 가지게 되었고, 가볍게 한잔의 술을 곁들이며 서로를 얘기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착하고 예쁜 그녀가 제 여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주변에 자랑을 하고, 모임이 있을 때면 그녀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러나 운명적인 시작과는 달리, 우리의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잘 맞지 않는 몇 가지 치명적인 것들이 있었거든요. 헤어진 지금도 그녀는 아직 우리가 어떤 이유들로 헤어졌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평생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유들일 테니.
그녀는 제가 태어나 처음으로 좋아한 남자라고 합니다. 저와 함께한 꽤 많은 것들이 그녀에게는 처음이었을 겁니다. 고맙지만, 미안하지만,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다시 잡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그녀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빨리 예전 그녀의 모습을 찾았으면 합니다. 그래도 참 고마웠습니다. 날 많이 좋아해줘서.
잘 지내요. 아프지 말고. 잠도 잘 자고.
이렇게 사랑은 참으로 무섭고도 차가운 존재라는 걸 다시한번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