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성경이 나를 울리고 일으켰다.
이 방법은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가 그의 영성수련에서 권하는 공상 기도의 한 형태로서, 많은 성인들이 이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 기도 방법은 그리스도의 생애 중에서 한 장면을 택해서 마치 그 일이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듯이 그 장면을 다시 체험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 앤소니 드 멜로 지음, 출판사 성바오로, p.156)
하혈증을 앓고 있는 여자 이야기는 나를 가슴 뛰게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둘러싸면서 무리 지어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자칫하다가 넘어지면 큰일이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녀는 오늘 이 걸음에 모든 것을 걸었다. 지금도 병 때문에 부정한 여자라고 취급받아 살아도 죽은 목숨이다. 물이나 식량을 구하러 다니면, 모두들 그녀를 피하고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그녀가 앉았던 의자도 부정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녀는 아무 데도 잠시도 머물지 못한다. 그나마 그녀를 불쌍히 여기는 동네 사람이 멀리서 먹을 것을 던져주면, 황급히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짐승처럼 가져와야 했다.
'저 예수라는 젊은 사람이 나의 마지막 희망이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그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죽은 사람도 살렸다는 소문을 들었다. 메시아니 예언자니 하는 소리도 한다. 그런 사람인데 옷자락만 만져도 내 병이 낫겠지. 앞에까지 나갈 수는 없어. 혹시 누가 나를 알아보기라도 한다면, 나는 이 많은 사람들에게 끌려나가 죽을 수도 있다.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옷자락에 손만 닿으면 돼. 조금만 더 가까이 가야 한다.'
그녀 주위에는 온통 덩치가 큰 사내들 뿐이다. 가뜩이나 열두 해를 병마와 씨름했기 때문에 약해진 몸으로, 이 건장한 사내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느라 거의 쓰러질 뻔했다. 뛰다시피 하는데도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조금만 더.
나는 그녀의 목숨을 건 용기가 존경스럽다.
부정한 사람과 닿은 사람도 같이 부정해진다.
이름이 없는 그녀에게 이름을 선물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