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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Nov 12. 2020

다이어트 1일차 변론

정말 다이어트를 하려고 했다.

체중계에 올라가면 그날로 다이어트를 미룰 수 없을 것 같아서, 한동안 봐도 못 본 척 있어도 없는 척하고 있다가, 그래도 예전 같겠지 하고 올라갔던 체중계에서 내려오면서, '내가 아주 다이어트를 하고 말아'결심을 했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내려오다가, 빵집에서 현대카드 M포인트 50% 할인이 눈에 띈 게 잘못인가? 50% 할인이면 반값, 즉 거의 거저라는 건데, 저걸 안사면 안되지. 좀 이르지만 저녁으로 샐러드를 먹으면 되고 빵도 온 김에 사가야지 하면서 이것저것 골랐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샐러드를 산 김에 빵집에 앉아서 저녁을 샐러드로 먹는다. 다 먹고, 건포도 빵 봉지를 뜯는다. 저녁으로 샐러드를 먹는다고 했지, 샐러드만 먹는다고는 안 했다.(누구한테 하는 이야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건포도 빵 반봉지가 없어졌다. 그래도 단위로 따지자면 봉지가 하나였으니까, 나는 건포도 빵 반개를 먹은 셈이라고 굳이 나 자신에게 설명했다.

집에 돌아와서 식탁 위에 빵들을 올려놓는데, 어라, 분명히 건포도빵이 반 봉지 남아있어야 되는데 삼분의 일밖에는 없다. 맨 끝쪽은 작으니까 양심상 거기만 먹어치웠던 기억이 이제야 난다.

분명히 출발했을 때는, 빵 반봉지였다. 그래도 가운데 제일 긴 조각만 남겨놓은 양심적인 행동.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지금이 오후 5시 20분 밖에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오늘의 식사를 종료하면 다이어트 1일째는 성공적이겠지만, 저녁 8-9시에 갑자기 배가 고프리라는 예감이 든다. 더군다나, 아주 위험하게도 나에게 소울푸드인 소고기 미역국을 오후에 한 솥 끓여놓았다.

거기에 아주 우연히도, 미역국에 밥 말아서 같이 먹으면 참 좋은 대파 김치가 막 오늘 왔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정말 다이어트를 하려고 했다.

생각해보니,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것 부터가 잘못인 것 같다. 도서관이 잘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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