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방과후 돌봄, Fritids
오랜만에 한국에서 알게 된 작은 아이의 친구 엄마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마지막 통화에서는 아직 아이들 학교, 유치원을 못 보내고 있다고 얘기했기에 자연스레 대화는 아이들 학교는 어떻게 되었느냐로 시작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큰 아이만 스웨덴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얘기했더니,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지내고 있던 그 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첫 질문을 던지셨다.
거기는 학교 몇시에 마쳐요?
워킹맘이건 전업맘이건 아이를 학교/유치원에 처음 보내는 부모라면 너무나 궁금한 그것.
대체 교육기관은 언제까지 우리아이를 '책임지고' 돌봐줄 수 있나. 다른 말로 하자면, '보호자'는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는 일에서 몇시간 동안 벗어나 있을 수 있는가?
* 아래 스웨덴 학교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입니다. 큰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 학년, 학급에 한정된 것이므로 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냥 아, 저 곳에는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열두시면 수업이 끝난다고요.....?
스웨덴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교생활은 크게 정규수업시간과 'fritids'라고 하는 방과후 활동시간 두 개로 나뉘어진다. 정규수업시간은 요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12시-1시까지라 처음 듣고는 당황스러웠다. 북유럽 교육복지가 엄청 좋다더니 이렇게 일찍 마치면 양육자의 복지는 어떻게 되는거지 싶어서..
잠깐 시간 계산을 해보니 아침에 큰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에 와서 집안일을 한두시간 하고, 작은 아이와 씨름하다보면 다시 큰 아이를 픽업하러 나가야 하는 시간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나는 기존 24시간 밀착 육아노동에 걷기운동을 추가한 효과밖에 없는 것이다!!
이럴거면 나는 왜 그 난리를 피워가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 애를 썼던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난 선생님께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선생님, 그럼.. 애 밥은 먹고 오나요? 그때 꼭 데리고 와야 하나요...? 좀 더 늦게까지 있을 순 없어요?"
선생님은 마치 나의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가볍게 웃으며, 스웨덴에는 fritids가 있어서 정규수업시간을 마친 후에도 아이들이 학교에 남아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고 양육자는 원하는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올 수 있다고 얘기해주었다.
몇 주 동안 관찰해보니, 큰 아이네 친구들의 경우 오후 4시 정도에 보호자가 데리러 오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늦어도 오후 5시 이전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집에 가게 된다. 이 학교의 경우 오후 6시까지 아이들은 학교 울타리 안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사실 한국에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낼 때는 6시까지 보육가능하다고 해도 퇴근 후 아이들을 픽업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빡빡한 시간이라 느껴졌는데, 스웨덴에서는 아이가 있는 경우에 3-4시 퇴근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같은 6시라 해도 부모들이 퇴근 후에 충분히 여유롭게 학교로 올 수 있는 시간으로 느껴진다. 심지어 어떤 부모들은 퇴근하고 운동을 하는 등 자기만의 여가시간을 보내며 양육을 위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아이를 데리러 오기도 한다.
그리고 스웨덴의 fritids가 한국의 방과후 돌봄활동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방과후가 아닌 방과전, 아침에도 가능하다는 것인데!! 보호자가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경우에는 정규수업시간보다 일찍 와서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아침 6시 30분~7시 사이에 오전 fritids를 시작하고, 아침식사도 학교에서 제공한다. 아이는 아침일찍 학교에 와서 쉬거나 또는 선생님/친구들과 놀다가 아침을 먹고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한국도 학교의 방과후 활동이 있지만, 부모들은 학교의 돌봄시간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면 학교에서는 부모들의 늦은 퇴근시간까지 아이들을 돌보기에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항변하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는 걸 보면서 참 답답했다(학교의 주장도 틀린 말이 아니라 더 답답...). 여기 와서 보니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학교 혼자만의 변화가 아니라 학교/일터 양쪽 모두의 변화와 노력이 있어야 부모 입장에서 만족할만한 교육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게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국의 워킹맘이 했던 질문으로 돌아와,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대답해줄 수 있었다.
여기는 여섯 시까지 학교에서 애들 봐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