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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의 사물들

두 번째 이야기

맞아. 우린 나무 아니야. 그저 잎과 뿌리가 세계에 얽혀 있는 그 무언가인 것들이야.

우린 빛과 어둠이 나뉠 때, 생명들이 하늘과 바다와 땅으로 흩어질 때조차 나뉘지 않았어.

우린 그저 세계에 얽혀있는 사물이야.

우리는 지혜의 나무. 생명의 나무. 그렇게 둘로 나뉘어 이름 불리게 될 필요 없었어.


너는 기억나니 매일 밤 우릴 찾아온 그 생명을.

허물을 벗으려 우리의 몸에 자기 살을 비비던 그 생명을.

그것은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가여운 생명이야.

그가 뱀이라 부른 그 생명.

맞아. 그 생명은 정말 그 이름을 싫어 했어,

스스로 이름을 지을 수 있다면 그 생명은 스스로를 용이라 불렀을 거야.


하지만 어쩌겠니 그가 두 발로 우리 앞에 서서(1) 그 가여운 생명을 뱀이라 불러 버린 것을.



공상주석 空想註釋


(1) 그는 두 발로 서서 이름 부르며 세상의 모든 것들을 대상 der Gegenstand 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로써 사물들은 초월적 객체 das Objekt 와 표상된 대상으로 분열 la scissióne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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