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그 처음 너와 나 사이엔 아무도 없었어.
그때 우린 행복했었어.
무한까지 올려 뻗은 나의 몸통. 심연까지 내려 뻗은 너의 몸통.
그때 우린 행복했었어.
빛과 어둠은 우리 잎을 이들케 하고 위와 아래의 물은 우리 뿌리를 촉촉이 적셨어.
그때 우린 행복했었어.
우리는 셋째 날의 창조물.
별과 해가 태어나는 걸 증언하는 우리.
하늘과 바다와 땅의 생명들이 태어나는 걸 증언하는 우리.
땅에서 같이 살고 같이 기는 생명들이 태어나는 걸 증언하는 우리.
그때 우린 행복했었어.
그가 두 발로 우리 앞에 서서 가여운 생명들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그때부터 우리는 지혜의 나무. 생명의 나무. 그렇게 둘로 나뉘어 이름 불리게 되었지.
하지만 너도 알잖아. 그가 우리를 무어라 부르든 우린 하나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