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도 음표다

Narrative

by 김은채

맹세컨대 나는 단 하나의 거짓도 낸 적이 없다. 진실, 오직 비정한 진실만을 게워냈다.




흩어진 단상을 사유로 엮어내고, 내면의 파동을 활자 속에 가두는 행위. 이것이 내가 세상의 부조리에 응답하는 방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곳에는 현재만이 실재했다. 매일같이 과거와 조우하고 미래를 맞이했다. 원없이 읽어댄 글과 수없이 들었던 말들은 조용히 죽어나갔고, 나라는 불씨에 숨을 불어넣지도, 차마 꺼뜨리지도 못했다.


나는 창조주이자 피조물이었다. 기억으로 시작해 호응까지 유도했다. 나의 언어는 법률이자 신탁이었다. 통치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고, 장벽은 빽빽하고 견고했다. 무한한 권력과 더불어 감히 비견할 수 없는 평안을 누렸다.




고독한 평화가 계속되자, 초대장과 협박문이 교차하여 전달됐다. 개중에서는 ‘무너지는 걸 꼭 보고 싶다’는 유치한 흑심과 ‘해치지 않겠다’는 씁쓸한 회유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사코 모르는 체할 성정은 못 되었다. 그걸 아니까 두드렸겠지, 라는 통찰을 끝으로 성문을 개방했다.




상대는 기다림의 보상을 바라며 악착을 보였다. 동정을 유발하여 애원했다가, 명줄을 쥐고 흔들며 자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미 가진 전부를 내주었는데, 무얼 더 내놓으란 말인가.


절박한 호소는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 싶은 마음이었을까. 굶주린 듯 달려들고, 작정한 듯 뜯어냈다. 나를 해부하고, 실험하고, 가끔 글썽이고, 다시 구타하고. 일련의 과정들을 돌아가며 반복했다.


나는 침묵을 택했다. 당신이 보여 주고 싶은 것만 보았고, 기대에 부응하게끔 관용했다. 판결을 유보하고, 이상에 순종하면 무사할 것이라 믿었다.




정신이 조금 들자 의아함이 비수가 되어 쏟아졌다. 우스운 일이었다. 건조함을 내비치는 이에게서 시린 다정함을 발견했을 때, 공평함을 신봉하는 이에게서 명백한 우위를 관찰했을 때. 나는 도무지 그것을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사코 이해할 수 없던 인간다움 — 그것은 당착撞着으로 귀결된다. 이 불가해함은 느슨하게 나의 목을 조여 왔다. 어떠한 고문보다 잔인했고, 어떠한 처벌보다 가혹했다. 아무도 막을 수 없었고,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




인간. 그것이 나의 약점이었다. 해석을 떠먹여 주지 않고, 잘 알다가도 전혀 모르겠는, 그야말로 모순의 극치.


그대를 단념하기에 나는 지나칠 정도로 인간을 사랑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급소를 간파당했고, 골치 아픈 독종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칭호는 다양했지만 의미는 모두 같았다.


그러니까, 나는 추방을 선고당했다.




불멸의 권위는 몰락했고, 안녕은 악몽으로 변모했다. 인생을 담보로 이룩해 놓은 모든 것이 파멸했다. 파도는 존재마저 집어삼킬 듯 몰아쳤고, 잡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올랐다. 나는 서늘한 연민과 함께 때아닌 환희의 웃음을 흘렸다.


지독한 폐허 속에서도 나는 써야만 했다. 악에 받친 혈서이자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숨이 멎는 듯한 고통과 눈물진 덩어리에도 발악하듯 펜을 들었다. 밤마다 심판을 재개했고, 날마다 공방을 적어내렸다.




희망은 절망에서 태동하고, 진실은 거짓에서 복원된다. 기록을 넘어선 고백이자, 변론을 넘어선 역설. 이것은 분열의 서곡이자 질서의 종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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