ϕ 불꽃의 잔향
마른 하늘도 구름으로 살찌우는 이 계절을 매년 기다렸다는 듯 버거워하네. 청은 줄곧 적을 잠재우곤 하지. 불볕에 쉬이 달아오른 열기는 서늘함에 맥없이 시들었고, 심장에 고이 맺힌 울음은 아득한 충동에 시달렸다네.
몇 번을 캐물어도 대답은 언제나 같았네. 사유는 여지껏 단 한 번도 직관을 앞지른 적이 없어.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었네.
무릇 감정에는 다소 익살스러운 면모가 있지. 오죽하면 벼랑으로 내몰다가도 홧김에 끌어안았겠나.
시퍼런 언어와 옭아든 시선을 맞고 자라 스스로를 흰이라 여겼다네. 눈에 띌 바에야 눈치껏 파랑으로 기어들어 가는 편이 나았지. 줄을 긋고 방치하니 홀로 타들어가 흑이 되었네.
허나 선, 그대는 태초에 화염으로 태어나 온 세상을 기어이 붉게 물들이고도 남았던 아이를 기억하는가.
나는 아침저녁으로 과거와 상봉하고 때때로 미래와 해후하네. 유일한 한이라면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 오직 그뿐이네.
아이야, 너는 억눌린 채 깨어나라. 맨몸으로 부딪쳐라. 존재를 걸고 소리쳐라. 세상 끝까지 번져가라. 그럼에도 보란 듯 피어나라. 마침내, 너의 영혼이 숨 쉴 수 있게 하라.
그리하여 나는 네게 부활을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