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誤解)

ϕ 나를 붙드는 손끝

by 김은채

밝음을 동경했네. 그늘진 존재를 비추어 주고, 차게 식은 정을 달구어 주는 태양 말이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온기를 전하고, 말도 안 되는 희망을 건네는 행위. 실제로는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지. 도무지 거절을 모르는 나는 얼떨결에 은혜를 입었다네.


받은 이상으로 베풀고자 하였으나, 고마운 만큼 다른 이에게 나누라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네. 나는 관찰과 학습에 능했고, 고래는 언제나처럼 좋은 파도를 몰고 내게로 와 주었다네. 날이 갈수록 능력치는 극대화되었으나, 출처를 알 수 없는 낯선 느낌이 점차 생경해졌네.




적응은 더뎠지만, 단절은 신속했네. 일전까지의 배움을 지우고, 새로운 기반을 확립했지. 그러자 나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했어. 애써 고민하지 않아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았네. 기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개의치 않았어. 나를 안정시키는 방식과 타인을 위하는 선심의 방향이 서로 일치함에 운이 좋다고 생각할 뿐이었지.


평판은 치솟았고, 기대는 비약했네. 선. 나는 강요받지 않았으나, 차마 저버릴 수 없었네. 상처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 출혈이 불가피한 구조라면, 차라리 내가 나서는 쪽이 편했지. 새하얀 도화지에 먹물을 끼얹는 것보다야. 얼룩에 얼룩을 더하면 다시 얼룩이 될 뿐이니까. 더불어 이러한 사실을 아무도 몰랐으면 했네.


어쩌면 나의 팔자일지도. 그대에게서 무언의 감정을 읽어내는 순간, 의사와는 상관없이 마음을 쓰게 되었거든. 혼자가 익숙하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뿌리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외면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야. 동정이라기에는 구원할 수 없었고, 우정이라기에는 친분이 없었네. 친절도, 배려도 아니었지. 그저 타고난 심성이 그러하다네.







타인의 보폭이 곧 나의 속도가 되었다네. 개입은 침범이라 여겼고, 조정의 미학을 신뢰했지. 느림을 재촉하지 않고, 빠름을 방해하지 않는 것. 난데없이 진행을 멈추고 출발점으로 되돌아간다 한들, 긴장을 멈추지 않았다네. 영원한 만남은 없으니, 매 기회에 후회 없이 임하자. 이것이 나의 신조이자 책임이었네.




착오였어. 길을 잃어 홀로 남은 뒤에야, 이것이 관계에서 나 자신을 배제한 대가로 얻은 평온이었음을 깨달았네. 너무도 오랫동안 호의와 책임을 동치(同値)로 간주했지.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곡해를 막으려는 나의 가련한 강박이었네.


침묵은 거리감의 표현이 아니라, 불필요함을 거두는 것이었네. 선택은 공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일정을 조율하는 방식이었어. 거절은 상실의 대물림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일이었네. 정리는 무책임한 회피가 아니라, 책임의 범위를 조정하는 작업이었네.


마침내 나의 걸음은 나에게 귀환하는 중이라네. 뒷모습만을 남기는 야속함이 될지라도, 기다림이 불가피한 불편함이 느껴질지라도, 해명할 의무는 없어. 그럼에도 죄의식을 견디지 못하고 추호의 여지조차 허용하지 않으려는 날들이 있겠지. 일관성도 관성이니까.


또 다시 방향을 잃어 헤매일지라도, 나를 중심으로 궤적을 바로잡는 법을 알고 있네. 아무래도 좋아. 나는 이해받지 않더라도 자유롭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