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itary
그럴 수도 있지. 참 속 편한 말이다. 내 일 아니니까, 어떻게 되든 개의치 않겠다는, 그러니 우리 서로 책임을 물리지 않을 정도로만 지내자는, 선은 넘지 말자는 마인드. 이토록 무심한 배려와 냉정한 성의가 만연한 세상.
박하다. 사람들이, 그리고 나도. 딱할 정도로.
어떤 사이는 공평한 인색함을 무기처럼 휘두른다 — 난 기대가 없는 사람이라, 가는 사람 안 잡고, 오는 사람 안 내쳐. 절대 나만 베푸는 일은 없어. 대신 받은 만큼은 확실히 갚아.
가진 적 없기에 잃은 적도 없는 사람들. 한때 동족상잔의 충동을 물리치고 말하자면,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잘 없다. 회의감은 핑계고, 방어기제는 변명이다. 회피는 쉽고, 직시는 어렵다. 그러니까, 실은 다시 상처받기 싫어서 그렇다.
거절한 적도, 깊어진 적도 없다. 벽을 세운 것도, 벽에 갇힌 것도 자기 자신이다. 방어기제적 빳빳함이 가시가 되어 도리어 스스로를 가장 아프게 했다. 혼자라서 안전했고, 혼자라서 비참했다.
관계의 본질을 외면한 대가는 끝없는 외로움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사람들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근절根絶을 선물한다. 실망 없는 만남과 미련 없는 이별. 파동이 일지 않는 관계는 존재의 의미를 해치고, 끝내 허망함을 부른다.
빛이 있는 곳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외로움은, 우리가 가까울수록 작아지고, 멀어질수록 길어진다. 확 숨어버릴 수도, 잠시 나와 숨을 돌릴 수도 있지만, 결코 사라지는 일은 없다. 언제나 우리 곁을 맴돌며, 겁 없이 희망에 빠져 눈 멀지 못하게 한다.
타자라는 갈증과 무지라는 두려움. 이 딜레마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필요한 건 헤어질 결심도, 미움받을 용기도 아닌, ‘취약한 진심’이다.
결국 우리는 또 상처받을 것이다. 숙명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만큼 곁을 내어 주는 일은 위험하다. 이래서 영원하지 않은 것들에는 마음 주지 않는 건데, 하고 후회하는 날이 분명 있을 거다.
뛰어들지 않았다면 다칠 일은 없었겠지. 그러나 감수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 고통은 쾌락을 수반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설령 되돌아오지 않더라도, 먼저 손을 내민 그 순간은 절대 헛되지 않다. 불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니까.
당면한 믿음 아래, 우리는 불완전한, 그래서 더 진솔하고 인간적인 관계의 아름다움을 마침내 이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