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브랜딩 025
3일동안 컴작업을 엄청 해댔더니 몸도, 눈도 무리가 왔다. 감기몸살은 더 심해졌고, 눈이 빠질듯이 아팠다. 설상가상 오후에 받아온 병원약은 카페에 두고 왔다. 있는 진통제를 챙겨먹고 얼음찜질을 하며 누웠다. 눈이 아프니까 머리까지 아파왔다.
30여분이 지나도 듣지 않자, 더 강한 약의 진통제를 먹었다. 통증이 좀 가라 앉는다. 짧은 시간 누워있으면서 내 마음의 불안함을 느꼈다. 쫓기는 듯한 불안함. 달려야 한다는 조급함. 실제로 처리해야하는 요소들. 허덕하는 그 허상에 구역질이 났다. 펑펑 울고 싶었고, 이불 속으로 달려가 웅크리고 싶었다. 빈 독을 하염없이 채우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아 괴로웠다.
불안은 항상 허상이고 그림자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하게 만들어 포장해 내 눈앞에 가져다 놓는다. 커보이게, 거대해보이게, 전부인 것 처럼 눈 앞에 바로 탁 가져다 놓는다. 그러면 그건 내 세상의 전부인냥 모양을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한번씩 몸이 반응할 때야, 나는 그 그림자를 걷어 한참 멀리서 나를 지켜본다. 내 눈앞에 있던 것은 그냥 주먹만한 공의 크기였을 뿐이다. 사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다. 아, 또 속았네_하며 보게 된다. 속아도 속아도 또 속는다. 알아도 알아도 또 속는다.
작은 공인걸 확인한 뒤에야, 마음이 차분해진다. 두려움이 가라앉는다. 안개가 걷힌다. 허상이 사라진다. 거대하고 세상의 전부인 것 같았던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족과 함께 먹는 식사시간보다 더 아무것도 아닌 가치이다. 사실은.
한 단계 더 아래로 들어간다. 진짜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구멍이다. 큰 구멍.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구멍.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그 구멍. 그 구멍을 메우려고 있는 힘, 없는 힘 다 끌어 넣을 수 있는 건 다 채워넣고 있었다.
한심하게도, 불쌍하게도, 지리멸렬하게 느낄 것도 없다. 그냥 또 그랬구나_하고 느낄 뿐이다. 아마 이건 내가 평생 가져가야 하는 고질병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속에 있는 처연한 그림자와 그래서 더 빛나는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낀다.
어둠이 있어서 빛을 느끼는 거고, 불안이 있어 그 크기만큼 평온함의 크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불안한 내 걸음만큼, 평온을 더 느끼게 될 것이다. 커다란 내 구멍은 나 스스로는 채울 수 없다. 구멍난 항아리는 억지로 채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구멍이 나도 빛을 머금어 온기를 담을 수 있다. 구멍있는 항아리가 필요한 곳도 있다.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불안했었나보다 나는. 꼭 아파봐야 깨닫는다. 아마 또 반복될 수도 있다. 삶의 명암은 참 다양하지만,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가장 좋은 것들이란 걸 안다. 모든 것들은 나를 차곡차곡 성숙시키고 자라게 할 것이란 것도. 불안이 다시온다 해도 불안앞에 두려워 덜덜 떠는게 아니라, 가끔은 불안을 꿀꺽 삼켜보기도 하고, 뱉어보기도 하고, 데굴데굴 굴려보기도 할 것이다.
어떤 일이든, 내게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다만, 어찌할 수 없는 순간들 속에서라도 나는 나를 지켜주고 싶다. 내면이 강한 엄마가 되고 싶고, 그렇게 아이를 지키고 싶고, 삶을 지키고 싶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