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브랜딩 026
퇴사한지 두어달. 겉으로, 내면으로 눈물이 많아졌다.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의 순간들이 벅차게 행복해서 울컥할 때가 있고, 일도, 가정에서의 역할도 다 잘하고 싶은데 성에 차지 않아 속상할 때가 있고, 회사 다니며 덮어뒀던 감정들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회사 다니면서 내가 엄청난 감정의 절제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고 싶었던 파트를 많이 배울 수 있었지만, 공적인 공간이니만큼 감정표현의 절제가 필요한 곳이기도 했다. 불필요한 말을 할 필요도 없고, 튈 필요도 없고, 적당한 표현의 그 가이드선.
사고의 유연함을 떠올릴 때, 기준은
-사람에 대해 단정지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듣는것과
-사람과 메세지를 별개로 이야기를 듣는것인지의 차이를 통해 드러난다고 본다.
한국에서 느끼는 많은 경우는, 캐릭터성으로 컨셉이 잡히면 메세지가 동일하게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가지 색깔로 단정지어지면, 다른 색깔의 메세지가 전달되기 위해선 근거가 더 확실하거나 노력과 애씀이 배로 든다.
화내고 싶어도 참고, 울고 싶어도 참고, 웃고 싶어도 참고, 신나고 싶어도 참고, 그 조직 문화에서 필요한 만큼의 감정표현과 자기표현. 물론, 뭐 다 할필요가 없긴 하다. 회사는 일하러 온 목적이 있는 곳이니까. 하지만, 참기만 해야 한다는 것_에서 너무 참기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집에서도 참고, 회사에서도 참고, 어디하나 표현을 실컷 할 만한 공간이 여의치 않았다. 심지어 감정 자체에 대한 인식도 굉장히 무뎌졌다. 로봇같이 변한 나를 보며 감정이 없다, 냉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이 좀 더 좋다. 적나라하게 마주하는 오만가지 감정들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