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에세이 | 불안한 부모, 흔들리는 육아
우리 아이는 뭐든지 다 느렸다. 걸음마도 2살 다되어서 시작했고, 기저귀도 상상초월로 오랫동안 차고 있었다. 말이 본격적으로 트인것도 5살 때, 한글은 7세 때 성경읽다가 트였고, 그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했었다.
5살까지도 말이 단어 구성으로만 진행되자 주변에서 걱정을 더 많이 했었다. 언어치료 받아야 되는거 아니냐, 말이 너무 심하게 늦다, 엄마가 너무 신경 안쓰는거 아니냐_등등..
이상하게 나는 하나도 걱정이 안됐다. 몇 년간 24시간동안 봐온 아이였다. 잘 때도 항상 내 곁에 있었던 아이. 나보다 이 아이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아무 걱정 없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아이는 조심성이 많은 성향이다.(성향 파악)
2) 이 아이는 시작은 늦을지 몰라도 할 때되면 누구보다 가속도를 낼 수 있는 아이다.(본능적인 감)
3) 일반적으로 못 걷고 말 못하는 경우은 거의 없다. 즉, 때가 되면 다 하게 될 것이다.(일반적 상황추론)
4) 남들이 해야된다는 때_에 마음이 조급해져서 아이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한다면 -> 아이가 너무 힘들 것이다.(아이의 시간에 맞추기)
그 때마다 나는, 이 아이의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결국 잘 해낼 것이라 믿었다. 현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말로만 "그래 괜찮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겉으로만 하는 인정은 무의식과 속마음에서의 '괜찮긴 뭐가 괜찮아. 사실 빨리 네가 바뀌었으면 좋겠어. 지금 네 모습은 전혀 내 맘에 들지 않아'_라는 생각과 상충된다. 어릴수록 더 본능적인 아이들이 그 감을 모를리가 없다. 아이가 부모에게 부정당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부모는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무게 중심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외부로부터, 세상의 흐름과 사람들의 수많은 조언/말/충고 등등_에 휩쓸리지 않고 일관성있게 갈 수 있다.
엄마가 흔들리지 않으니, 주변에서 그런말들을 직접적으로 들어도 아이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너무 당당해서 나중에 밸런스를 좀 잡을 필요가 있었다;)
말이 느렸던 아이는 5살에 말이 완전히 트였고, 8살이 된 지금 본인이 잘 아는 주제로 토론을 하면 굉장히 논리정연하고 본질을 꿰뚫는 말하기를 하게 되었다. 여러명 앞에서 하는 스피치 부분을 수줍어 하긴 하지만, 언어로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건 거의 성인급이다.
한글 못 읽어 주변에서 더 난리였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본인이 필요하고 궁금한 자료를 백과사전으로 찾고 정리하고 요약하며 성인들이 읽는 쉬운성경(통큰통독)으로 나보다 더 빨리 내용을 이해한다. 문득 생각나면 시를 지어 읊거나 끄적이기도 한다.
부모가 아이를 믿어주고 중심을 지키고 있으면, 아이는 넘어지고 흔들리더라도 결국 부모 옆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느려도 괜찮고, 넘어져도 괜찮다. 엄마 아빠가 '항상' '있는 모습 그대로'의 널 '사랑하고 믿어주며' '네 옆에 있다'. 아이에게 그 어떤것보다 이 사실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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