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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브랜딩 Oct 13. 2022

최고의 공부법을 소개합니다

육아에세이 | 8살 영어 선생님

말이 엄청 느렸던 아이는 5세가 되어 본격적으로 트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언어를 듣는 이해도도 확 올라갔고, 7-8세 부터는 토론 스타일의 대화도 가능해졌다. 말이..어마무시하게 많은 아이가 되었다. 납득이 되도록, 하나씩 풀어 설명을 해야 하고, 본인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글이든 말이든 신체표현이든 다채롭게 표현할 줄 알게 된 것이다.


퇴근 후, 아이가 내 옆에서 함께 하는(혹은 아침에) 숙제들이 있다. 그 중 지난주부터 추가한 영어 단어책 한권 외우기를 하고 있는데, 그냥 순서대로 쭉 읽는게 좀 재미없을 것 같았다. 읽고-끝내는 거 말고 더 재미있게 할 방법이 없을까? 내 시간을 좀 더 할애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로 내 시간을 더 쓰고 싶지는 않았다. 수준 또한 아이가 충분히 할 수 있을 레벨이었다. 나는 가진 카드들을 꺼내봤다.


-아이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말을 잘한다.(재능)

-아이는 핸드폰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흥미)

-외동인데, 동생들에게 좀 더 자상한 편이다.(성향)

-집중력이 좋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만 해주면 스스로 잘할 것이다.(예측1)

-가르치는 과정에서 본인이 트이는 게 더 많을 것이다.(예측2)


나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고, 낚시 강의를 하게 해야겠다_고 생각했다. 아이는 본인이 흥미있으면 끝을 보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 흥미의 계단을 간접적으로 쓰윽-제시하고 최종 결정을 자신이 한다_는 주도권을 주면 될 것 같았다. (어리긴 해도 남자라는 기질을 존중하고 매치하는 방법은 아주 도움이 된다.)


1) 파파고 영어 단어 검색하는 법 알려주기

평소 핸드폰을 못 만지는 아이는, 영어 단어 검색만 해도 너무 좋아했다. 본인이 아는 공룡이름/해양생물 이름들을 다 갖다대며 같은 발음이 나오는 것을 재미있어했다. 그러다 이게 번역기라는 것을 알고는 영어로 궁금한 단어/문장을 다 말해보며 30분을 가지고 놀았다. 요 방법으로 하루 이틀 놀리며 영어 번역기 놀이=재미있다를 인지시켰다.



2) 단어책 맘에드는 한챕터만 읽고 끝내기

아이는 처음 접할때 흥미가 없으면 시작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흥미가 있으면 중간에 힘들어도 꾸준히 하는건 잘한다. 그래서 첫 흥미를 주는게 매우 중요하다. 단어책 수준이 비슷했기 때문에, 본인이 좋아하는 챕터를 매일 고르게 하고 그 챕터의 단어들만 한번 읽고 끝냈다. 두번하고 싶어해도 딱 한번만 하게 했고, 나머지는 자유시간때 아이가 알아서 더 읽고싶으면_읽도록 했다. 본인에게 챕터를 맡긴 이유는, 시켜서 하는게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한다_의 주도권을 부분을 주는게 더 나을것 같아서였다. 이렇게 또 하루에 추가된 단어읽기 루틴을 이틀정도 익숙하게 만들었다. 



3) 아이에게 선생님 역할 제안

3일 째 되던 날, 아이에게 제안을 해봤다.


-나는 네가 설명을 참 잘한다고 생각한다.(재능인지)

-내 주변에 한글/영어를 모르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몇몇 있다.

-실제로 부모님이 안계셔서 아예 그런 것들을 배우지 못하는 동생들도 있다.

-네가 그 친구들이나 동생들을 위해 배운걸 가르쳐보면 좋을것 같은데 어떠냐.

-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고, 하고 싶은날만 해도 된다. 

-너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아이들을 위한 설명은 어른들보다 네가 더 잘할것 같다.

-생각해보고 알려달라.


아이는, 은근히 뿌듯해 하며 자신이 해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수업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 오늘 배울 주제와 맥락을 딱 설명하며, 단어를 하나씩 가르치는데, 관련된 예화나 스토리를 풀어내는 게 이전에 단어읽기만 할 때보다 더 풍성했기 때문이다. 본인이 모르는 단어는 파파고로 듣고 따라하며, 파파고 쓰는 법도 알려주는데 실제 선생님처럼 여러번 반복하며 동생들이 확실히 알 수 있도록 진행하는게 나름 꽤 괜찮은 수업이었다.



8살 꼬마 영어 선생님


다음날도 아이는 가르쳐보겠다며 혼자 영상 수업을 찍었고 20-30분동안 열심히 가르치는데, 와.. 예상은 했지만 훨씬 더 효과가 좋음을 알았다.


-본인이 주도적으로 하니 30분이란 시간으로 길어져도 재미있게 할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뿌듯함과 책임감을 굉장히 성취감 있게 여겼으며

-실제로 가르치는 과정에서 본인이 더 많은 단어들을 인지하게 되었고


나에게는 아이가 생각보다 훨씬 더 잘 가르치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이가 마냥 베이비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뭐랄까..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좀 더 의젓하게 보게 되는 존중감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 


결론: 가르치는 공부방법, 우리 아이에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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