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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브랜딩 Oct 26. 2022

임신? 그럼 특례 입시플랜 짜야겠네요.

육아 | 냉정과 열정사이

임신 초기, 한국에 잠깐 왔었을 때 예전에 가르쳤던 아이의 어머니를 만났다. 배를 보고 임신 축하, 근황 이야기를 나누다 중국에 있다는 것을 듣자마자 바로 "플랜 짜야겠네요."라고 말했다. "플랜이요?? 아직 성별도 모르는 애를??"


어머-선생님!


-해외 있으니까 12년 특례입학으로 보내야죠.

-특례 때문에 일부러 해외가는 경우도 있는데 잘됐네요.

-입시요강이 매년 바뀌긴 하지만 큰 틀은 비슷하니까 그건 중학교때 본격적으로 알아보면 되고..


-중국 돌아가서 국제학교랑 유치원 바로 알아보세요.

-기관마다 다르지만 경쟁이 치열한 곳은 미리 예약해야 할거예요.


-한국에서 요즘 유행하는 전집도 좀 사가시구요.

-A브랜드는 몇 년전 유행했고 요즘은 평판이 좀 별로고, B브랜드가 요즘 대세에요.

-선생님, 어영부영하다가 시간 금방가요. 큰 플랜은 미리 짜둬야 해요.


저도 이렇게 안하려고 했는데, 학교 보내니까 주변에서 다 하잖아요? 그럼 따라가게 되요. 혼자서 안할 수가 없어요.



학부모와 헤어지고 나서 내 표정은 (ㅇ_ㅇ)??? 진짜 이 느낌이었다.


-강남의 트렌드는 뱃속에서부터 플랜을 짜는건가?

-특례입학이라니 정말 미리 계획해야 하는건가?

-어떤 아이일지도 모르는데 태어나기도 전에 미리 결정되는게 맞는건가?

-아니면 당연히 경청해야하는 꿀조언인데 내가 익숙하지 않다고 이러는건가?



내가 아이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 부분은 다음과 같았다.


-하나님 안에서의 건강한 자아상/독립심과 자립심

-예배, 말씀, 기도, 공동체를 통한 하나님과의 관계

-스스로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을 수 있게 가이드

-다양한 경험/다양한 실패과정을 통해 성장하기


-수영/좋아하는 악기 1개

-외국어 1개/경제교육


-자신과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

-갈등해결능력/배려심

-좋은 생활습관 잡아주기

(신앙습관/식사습관/인사습관/언어습관/운동습관)



그 학부모 분이 기존과 전혀 다른 분위기로 한 입시대화장르도 낯설었고, 그렇게까지 디테일하게 계획을 짤 정도로 입시가 중요한가 싶기도 했다. 당연히 굵직한 가이드로 잡아두면 아이가 두고두고 편할 일인데 내가 너무 무심한걸까 싶기도 하다.


-아이가 좋은 학교/좋은 직장/좋은 커뮤니티에 들어가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커뮤니티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미리 정하고

-매일 달리게 감독하는 것이 내가 아이에게 해줘야 할 것일까?



나는 결국 동화 전집을 사가지도 않았고, 가서 유치원 예약도/학교도 알아보지 않았다. 인생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거였다. 내일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 했을 때, 아이에게 못 가르친 학교 교육과 전집 아쉬울 지, 아이와 더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이 아쉬울지 생각했다.


나는 아이가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본인이 잘하고 원하는 것을 배우게 하고 싶다. 본인이 스스로를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하며 행복하게 일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공동체를 만나길 원하지만, 그 기준을 학교와 직장이란 단편적 요소로 제한하고 싶지 않다.



no.1이 아닌 only one

물론, 아이가 자신의 전문성이나 경쟁력을 갖출 무기를 갖게 하는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 방법들은 진짜 중요한 기초 베이스가 잘 셋팅된 상태에서 시작해도 되는 것들이다. 지금 나이는 자아상, 사회성, 문제해결능력_이 세 가지부터 다지는게 우선이라고 본다.


그 과정동안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하며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싶다. 아이가 나이들어 죽기 전, 하나님과 함께한 인생이 너무 감사했고, 좋은 부모를 만나 다행이었고, 참 재미있게 일했었고, 내 가족들을 사랑할 수 있어 행복했다_고 말할 수 있다면 충분히 내 역할은 잘한게 아닐까.


#날라리워킹맘 #육아에세이 #자녀교육 #자녀양육 #입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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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kimeunho/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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