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ft.함께 성장하는 엄마)
나는 결혼 전부터 아들을 낳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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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험난한 세상에서 딸을 키울 엄두가 안났고
-딸은 공주처럼 보시랍게 키우고 싶은데 그렇게 섬세한 스타일이 아니었고
-딸들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을 내가 얼만큼 잘 캐치할지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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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거칠고 조금 러프하더라고, 건강하게 씩씩하게 클 아들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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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보다 좀 덜 신경써도 될 것 같고
-둥글둥글한 성격에 운동을 즐기는 아들
-그러다 쑤욱 커서 자라면 후딱 독립해 보낼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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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아들이었다.
내가 상상한 것과 전혀 다른 성향의 아이.
내가 뜻한 바와 전혀 다르게 자라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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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가까이 전혀 존재하지도 않았었던 새로운 생명이 내 앞에 나타났다. 나는 엄마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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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에 있던 작은 생명체가 꼬물꼬물 거리며 내 몸안에 있는 것도 신기했었는데, 어느덧 새근새근 숨쉬는 존재로 나왔고 움직이고 걷고 말을 하고 주관이 생기고 의견이 생기는, 스스로 뭔가를 해내는 아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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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그 어디서도 못 느끼던 기적을 맛보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나의 지리멸렬한 연약한 내면과 미성숙한 자아를 거울로 마주하듯 직면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었다. 요리조리 피해다녔던 시간들이 자녀양육 앞에서는 적나라하게 다 드러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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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더 나은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나를 위해 살아야지! 했을때는 그렇게 분간 안되던 것들이 아이를 앞에두자 우선순위와 질서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나는 좀 더 성숙하고 지혜로운 엄마가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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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딸 키우듯 돌봐야 가능하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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