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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브랜딩 Jul 11. 2023

아들을 낳았는데 딸도 키우게 되었다.

육아 (ft.함께 성장하는 엄마)

나는 결혼 전부터 아들을 낳고 싶었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딸을 키울 엄두가 안났고

-딸은 공주처럼 보시랍게 키우고 싶은데 그렇게 섬세한 스타일이 아니었고

-딸들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을 내가 얼만큼 잘 캐치할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거칠고 조금 러프하더라고, 건강하게 씩씩하게 클 아들을 원했다.

-딸보다 좀 덜 신경써도 될 것 같고

-둥글둥글한 성격에 운동을 즐기는 아들

-그러다 쑤욱 커서 자라면 후딱 독립해 보낼 아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아들이었다.

내가 상상한 것과 전혀 다른 성향의 아이.

내가 뜻한 바와 전혀 다르게 자라는 아이.

30여년 가까이 전혀 존재하지도 않았었던 새로운 생명이 내 앞에 나타났다. 나는 엄마가 처음이었다. 

뱃속에 있던 작은 생명체가 꼬물꼬물 거리며 내 몸안에 있는 것도 신기했었는데, 어느덧 새근새근 숨쉬는 존재로 나왔고 움직이고 걷고 말을 하고 주관이 생기고 의견이 생기는, 스스로 뭔가를 해내는 아이가 되었다.

세상 그 어디서도 못 느끼던 기적을 맛보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나의 지리멸렬한 연약한 내면과 미성숙한 자아를 거울로 마주하듯 직면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었다. 요리조리 피해다녔던 시간들이 자녀양육 앞에서는 적나라하게 다 드러나게 된 것이다.

아, 나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더 나은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나를 위해 살아야지! 했을때는 그렇게 분간 안되던 것들이 아이를 앞에두자 우선순위와 질서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나는 좀 더 성숙하고 지혜로운 엄마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딸 키우듯 돌봐야 가능하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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