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에 대한 기록 #6

태몽, 태명, 태동

by 리키디티



임신에 대한 기록 #6 태몽, 태명, 태동




태몽



2월의 어느날


나는 집으로 흰 쥐떼가 마구 몰려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쥐들은 집안을 방황하다가


옷장 밑으로 침입했다.


꿈 속에서의 내 시선 끝에 흰 쥐떼가 우글우글 모여있었다.



으아아, 깼다.



신입 6개월차 정신없던 날들을 보내고 있을 무렵이었다.


토요일, 오후 1시에 시작하는 학회와 오전 10시 반에 있던 브런치 약속으로 바빴던 주말


맞춰둔 알람도 필요없이


꿈 때문에 깼다.



나는 실제 쥐를 본적도 없는데 흰색 쥐가 떼로 꿈에 나타나다니. 뭐지?


바로 해몽을 찾아보았더니 길한 꿈이라고 했다.


신나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귀인이 나타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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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알고보니 그것은 태몽이었다.



뭐 태몽이 이렇게 "태몽!"하고 뙇 오는 것인가.



누가 대신 꿔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꾼 태몽이라니


인생이 주로 셀프(self)였던 나랑 참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몇 주 후 태몽인 걸 알고 다시 찾아보니


총명한/사교술이 좋은 '옥동자'가 온다고 했다.



옥동자?


아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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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2. 태명



어쨌든 태명은 미니(Minnie) 로 지었다.


쥐 캐릭터인 미니마우스에서 따왔다.


미키(Mickey)는 '마약'의 은어라고 해서 쓰지 않았다.



미니는 예쁜 이름이었다.







Minnie is a feminine name formed as a fresh-faced alternative to a bevvy of ancient titles. Predominantly linked to Miriam, Minnie is rooted in the Egyptian root mr, meaning "beloved," and the Hebrew root mry, meaning "rebellious." A loveable rogue dressed up in a playful intonation, Minnie paints quite the complex character. How fitting then that the name finds equally compelling ties to the ancient Roman goddess Minerva. As the deity of crafts and wisdom, Minerva instils Minnie with an alternative Latin origin and the meaning "mind" or "intellect." Far more than a pretty pet name, underestimate Minnie if you dare.


(미니는 고대 호칭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여성스러운 이름입니다. 주로 미리암과 연관된 미니는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이집트어 어근 미스터와 "반항적인"을 뜻하는 히브리어 어근 미리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장난기 가득한 억양으로 사랑스러운 악동으로 분장한 미니는 꽤나 복잡한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고대 로마의 여신 미네르바와도 닮은꼴인 미니라는 이름이 참으로 잘 어울립니다. 미네르바는 공예와 지혜의 신으로, 미니에게 라틴어에서 유래한 "마음" 또는 "지성"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예쁜 애완동물 이름 이상의 의미를 지닌 미니를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https://www.thebump.com/b/minnie-baby-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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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태명의 종류를 살펴보면



튼튼이 딱풀이 등등 아기의 건강을 기원하는 태명


복덩이 럭키 등등 행운을 기원하는 태명


알콩이 달콩이 등등 그냥 귀여운 태명


도쿄 트남이 한방이 등등 아이가 생긴 시기나 장소를 기념하는 태명 등등이 있었다.



나는 태몽이 너무 인상깊어서 미니를 선택했다.



내가 내 영어이름을 지을 때 loving-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를 선택했기 때문에


be loved라는 뜻을 가진 Minnie는 내 아이의 태명으로 무척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니는 남자아이임이 곧 밝혀졌다.


나도 남편도 아이가 중성적이길 되길 바랐기 때문에 굳이 바꾸진 않았다.



그런데 미니는 '작은'이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는 태명이었다.


임신 후기에 미니는 많이 못컸다.


이름을 미니로 지어서 그런것인가 하고 속앓이를 많이 했다.




3. 태동



그래도 태명을 바꾸지 않은 이유는


태명을 부를 때마다 아기가 쿵쿵 움직이는 게 좋아서 였다.



뱃속의 아기가 청각이 발달해서 무언가를 듣고 반응한다는 것을 솔직히 믿지 않았었는데,


신기하게도 이름을 부르면 좋아하는 게 느껴졌다.



미쳤다. 진짜 귀여웠다.


막상 아기가 나와서 얼굴을 보면 낯선 느낌이 든다던데


믿을 수 없었다.


태동만 느껴도 내 아기는 미친 귀여움의 존재라는 것에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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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20주 쯤 태동이 처음 느껴졌을 때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정말 신경이 많이 쓰였다.


내 뱃속에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이렇게까지 여실하게 드러낼 일인가.


뱃가죽을 들썩거리며 신나게 '노는' 아들의 존재감을 느끼고 있노라면


'이녀석 태어나면 장난아니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기의 태동은 아기의 성격을 많이 말해준다고 한다.


톡-톡- 귀엽게 노크하듯 '치는' 아기들


쑤우욱 하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팔과 다리를 '뻗는' 아기들도 있다고 하는데


미니는 무조건 '우당탕탕' 아무 리듬도 박자도 없이 마구 '흔드는' 편이었다.



나도 어릴 적에 선머슴아 같았고


남편도 절대 얌전한 성격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절대 얌전한 아가는 아니겠거니 포기했었지만


지금 느껴지는 태동으로는 약간의 두려움과 이른 기빨림이 있다.




#태동 #태명 #태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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