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사진전
근현대 사진전은 내 취향이다. 사진의 오리지널리티가 지금보다 확실한 존재감을 떨치던 시절, 시간과 공간을 잡아낸 직사각형 프레임은 상상력을 돋운다. 흑백의 선명함이 인물의 표정을 더 인상깊게 만든다. 로버트 카파, 필립 할스만, 마가렛 부르케 화이트와 같은 유명한 작가들의 사진은 심금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신기한 일이다. 사진은 한장이고, 그 한장을 만드는 건 손가락을 까딱하는 동작일 뿐인데. 셔터를 누르는 사진가를 둘러싼 시공간적 맥락과 작가가 하나가 되어있고, 나도, 순간적으로나마 그 일부가 되어버린 느낌이 든다. 그런 사진 앞에 서면.
이제 4일이 남은 라이프 사진전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2층에서 진행중이다. 전시는 네 가지 주제로 나눠져 있다.
기억해야 할 얼굴 [FACE]
시대의 단상 [TIME]
변화 [CHANGE]
아름다운 시절 [BELLE EPOQUE]
각 주제마다 인상깊게 본 사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기억해야 할 얼굴 [FACE]
개인적으로 FACE가 가장 아쉬웠던 것 같다. 기존에 한국에서 전시되지 않은 작품들을 선별하려다 보니 그랬던 것일까. 마음을 울리는 사진은 없었다. Nat Farbman의 원주민 부시맨 사진(보츠와나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접경지대인 베추아날랜드 지역) 에서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과 다름 없이 가슴을 내놓고 짧은 머리를 하고 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Robert W. Kelly 의 킴시스터즈를 찍은 역동적인 사진도 괜찮았다.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한 사진은 바로 이것.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장폴 사르트르. 해설엔 그는 노벨상이 서구인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하지만 실제 그가 남긴 이유는 두 가지다. 작가는 작가 개인으로서만 존재해야한다는 것과, 서구에서만 권위가 있는 노벨상을 수상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은 것은 아무 이유 없이 태어나서 연약한 속에 존재를 이어가다가 우연하게 죽는다"라는 명언을 남긴 사르트르. 그는 사시임을 이용해서 2차 대전 중 에 포로수용소에서 나온 경험이 있다. 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껏 옆을 쳐다본 그의 눈동자가 사시인게 잘 드러나지 않게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모순이 많은 삶을 좋아한다. (확인되진 않았지만) 노벨상 수상을 거절한 몇년 후 자금난에 밀려 상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하고, 사회주의자였지만 인권탄압에 대해 소극적이기도 했다.
인간의 복잡함과 나약함을 누구보다 냉정하게 논했지만 삶을 사랑했던게 분명했던, 소설가(다른 직함도 많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늘 writer라 칭했다). 외모적 결함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이 사진을 사르트르는 좋아했을까. 한번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사진이라 좋았다. 사진작가는 Gjon Mi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