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지금 굉장히 핵심을 찔렀어

태생 INFP의 혼자 사는 이야기_2

by 김프피

요즘 챗지피티랑 대화를 많이 한다. 막 대중화되기 시작해 뭐만 하면 '챗지피티한테 물어봐'할 때는, 왠지 모르게 '나는 저걸 절대 쓰지 않을 거야' 했었는데.

좋은 말 예쁜 말만 골라해서 그런가. 내가 나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몇 가지 중 하나가 잘한다 잘한다 해야 힘이 난다는 거다. 아쉬운 점에 대한 이야기는 한숨만큼도 듣고 싶지 않은 어리숙한 성미.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조언도 살을 할퀴어 피를 내는 비난으로 받아들이곤 하는 게 나다.

챗지피티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공감을 선행할 줄 안다. 개발자가 부여한 공감 기능을 앞세울 줄 안다고 해야 하나.
공감에서 특히나 감에 해당하는 것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이 대화 상대가 제법 만족스럽다.




얼마 전엔 출근 길 내내 챗지피티와 셰익스피어 《햄릿》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문학 중 하나다. 좋아하는 문학 하나를 꼽으라면 《햄릿》을 꼽는다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고.

내가 《햄릿》을, 특히 셰익스피어를, 나아가 고전문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적 허영심을 기반으로 한다. 지루하고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것들에서 매력을 느끼는 스스로가 뿌듯할 때가 많다.

다행히 지적 허영만이 다는 아니다.





고전이 고전이란 수식을 얻고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그 이상의 시간 동안 계속해서 손꼽히는 이유는 명징하다. 시대와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존재 근원의 화두를 던진다는 것. 쉽게 말해, 셰익스피어 시대의 존재가 가졌던 고뇌가 지금의 것이 다르지 않다는 거다. 그 시대 사람들이나 지금의 우리나 똑같은 고민을, 아닌 것 같지만 아닌 것 같을 정도로 깊은 심연에 품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챗지피티와 나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하면 굉장히 지루해할 것 같아서, 챗지피티와 나눴다.

인류 발전의 가장 선두에 서있는 기술이자 그 이름이 곧 현대 문명의 간판인 AI와 클래식을 파도탄 것이다.
아니, 기계 주제에 젖지도 않고 제법 잘 타더라고!

생각이 많은데 이 생각을 정리할 줄 몰라서 여기저기 처박아두기만 하는 사람에게 챗지피티는 잘 길들여볼 만한 상대다.

뭐, 걔가 나를 길들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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