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이야기하다 - 이호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최근에 죽음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는데,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취향 따라 마음 따라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다.
사는 일과 죽는 일은 떼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고
잘 사는 일은 후회나 미련이 덜한 죽음을 가져다줄 수 있으니까.
잘 사는 일을 생각하다 보니 죽음에 대한 생각도 자연히 많아진 것뿐이다.
나는 짧지 않은 시간을 불안장애와 우울증 치료를 받았는데, 의외로 죽고 싶단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당장 죽을 것 같다는 공포는 여러 번 겪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공황 발작이 찾아오곤 했는데, 이 공황 발작은 쉽게 표현하자면 그럴만한 상황도 아닌데 당장 내가 죽을 것 같다는 공포로 나타난다.
특히 불안장애는 수면장애를 동반하는데, 내 경우엔 맨 정신과 잠의 경계에 닿았을 때 갑자기 '나 이대로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함과 두근거림이 찾아와 잠을 설쳤고, 그렇게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잠은 들 수가 없는 날이 많았다.
이렇게 이유 없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허덕여봤으니 생각은 자연스럽게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까', '죽음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하는 곳까지 뻗쳤다.
해서 죽음을 배워보는 중이다. 책을 통해 더 나은 어른이 되는 법, 새로운 단어, 역사적 사건, 사회 현상을 배우듯 말이다.
우리는 죽는 순간을 두려워한다기보다, 그 이후를 불안해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죽은 후에 남겨진 사람들은? 내 흔적은? 전하지 못한 마음은? 내가 살지 못한 날들은?
어차피 닿을 수도 없는 것에 겁을 내는 어리 석음말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
이 책을 통해선 죽음 자체를 생각하기보다, 죽음 이후 남겨진 책임을 생각해 보았다. 슬퍼하는 것, 애도하는 것, 분노하는 것, 감정 그 이상의 일들.
슬프고 화가 난다는 건 무언가 잘못된 죽음이라는 거니까.
잘못된 죽음엔 잘못된 이유가 있으니까.
그 이유를 찾고, 그 이유가 또 다른 죽음의 이유가 되지 않도록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움직이는 것 말이다.
나는 여전히 4월을 떠올리면 노란 꽃잎이 서글프고 밤바다가 무섭다. 돌잡이에 새 명주실을 놔주지 못한 게 죄스러운 엄마가 지옥 갈 테니 딸은 천국 가라는 편지가 시리다.
어떤 사고나 사건으로 인해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생면부지임에도 피부로 아프다.
그러나 나는, 우리는 아파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 기억하는 것 이상의 일을. 보이지 않는 것의 힘이 보이지 않게 남겨두지 말고 선연하게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그 적은 확률에 비껴갔다는 이유만으로 오늘을 허락받은 나와 당신과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치는 데에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