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도시, 낭만의 한구석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 뮤지컬 《팬레터》

by 김프피
선생이시여,
슬픔을 안고 계시나이까.
그렇다면 그 슬픔을 나누어 주소서.

- 뮤지컬 《팬레터》 중에서



가장 온전한, 사랑 그 자체의 사랑은 동경이다.


동경을 목격하면 눈물이 고인다. 내게도 그런 게 있는 것이다. 얌전히 있던 게 저와 비슷한 기운을 느끼고 불쑥 올라와 목구멍에 얹히는 것이다.



글자라는 것은 어찌나 고약한가. 나를 세우고 날을 세우고 나를 찌르고 나를 지우고 나를 채우고 나를 태우고.


쓰는 이들 대개는 자신이 그은 획을 가져다 철창을 만든다. 그 안에 서슴없이 발 묶인다. 밖에서 보면 가두어진 것이나 안에서는 세상으로부터 해방이다.


억압된 땅에서, 짓누른 병에서, 그늘진 시대에서 문학으로의 해방 선언. 각혈하는 폐병 환자가 손을 더듬어 약을 찾듯 그이들은 연필과 원고지를 잡아챈 것이다. 누가 치유에의 갈망을 손가락질할 수 있는가.



아이러니하지. 시대는 흐렸으나 시대의 정신은 이 땅의 문학사상 가장 선명하였으니.

살기는 힘들다는 데 시는 자꾸만 쉽게 쓰여 생이 온통 부끄럽다던 한 시인이 사무친다.


예술하다 보면 답장 없는 이에게 꾸준한 편지를 쓰는 일 같다 느껴질 때가 있다. 허상인 줄 절감하는 때도 있고, 허상이라는 진실마저 사랑하게 되는 때도 있다.


그리하여 삭막한 이 도시에도
조금은 낭만과 예술이 남길

- 뮤지컬 《팬레터》, <넘버세븐> 중에서


문학은 그렇게 세상을 바꾼다. 한 줄이, 한 사람의 세상을.


그러니 글자라는 것은 고약한 것이요, 그리 고약한 것보다 꼭 한 뼘만큼은 더 아름답고야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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