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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맏딸 Jul 23. 2022

영숙’s answer. 꿈이라는 단어의 마지막 꿈

아빠 인터뷰 13차__Q.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영숙에게 어떤 확고한 꿈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영숙은 언제나 물 흐르듯 사는 사람으로 보였으니까하지만 영숙의 대답은 언제나 내가 생각지도 못한 물길 저 너머에 있다.   

       

 



Q. 엄마고등학교 졸업 전에 어떤 꿈을 갖고 있었어?  

    




헤르만 헤세가 생각났어. 학창 시절에 내 내면에 충만했던 소설과 시, 수필의 작가지. 그의 소설의 주인공처럼 살고 싶었어. 시와 수필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내 몸과 마음을 흠뻑 적시게 만들고 싶었지. 그냥 말 그대로 시처럼 수필처럼 살고 싶었어. 시와 수필은 먼 훗날 내가 이뤄내고 싶은 꿈이었던 거야.     





소설처럼 힘든 인생을 걷고 걸어 언젠가는 도달할 곳. 지금 생각이 나네. 진정한 내 꿈이 그거였다는 게. 시와 수필을 쓰겠다는 게 아니라, 시와 수필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물론 이렇게나마 글을 쓰기까지 하고 있으니 더 바랄 게 없네.      





장래희망은 항상 선생님이었지. 내가 뭘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아버지께서 ‘선생님이 어떠냐?’고 하셨어. 여자는 선생님이 제일 좋다고. 달리 생각나는 게 없어서 그렇게 썼어. 그리고 시골이라 직업이 그리 다양하지가 않은 거야. 친척도 없었으니 보고 듣는 것도 없었고…….     





장래희망을 물을 때마다 항상 선생님이었지. 한 해, 두 해 가면서 할 수 있을 것도 같았어. 수학 과목을 좋아했어. 하지만 수학 선생님이 될 만한 실력은 안됐지. 글도 마찬가지였어. 학창 시절 내내 문학부였는데 –특별히 잘하는 게 없어서- 거기서도 특별한 재능은 보이지 않았어. 잘 쓰고 싶은 욕심만 있었지.     





쓰다 보면 세상을 알게 되고, 삶과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지. 책을 읽으면서 생긴 온갖 생각과 느낌이 뒤범벅이 되어 내 수준에 맞게 써지는 거야. 그러고 보면 궁극적인 꿈은 잘 죽는 거였나 봐. 평화로운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 그게 마음속 깊이 담겨 있다가 불쑥 튀어나오네.      


이런 꿈을 꾸던 사람이야.

나는.




이라는 질문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섞인 답변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영숙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 Behind     

엄마, 시처럼 수필처럼 사는 게 대체 뭐야?

자연 속에 서 있어도 그렇게 불편하지 않은

그런 상태를 원하는 거야.

무정부주의자야? (ㅋㅋ)

그런 거 아니야. (ㅋㅋ)     


수학 선생님은 아니어도,

가정 선생님이라도 하지.

어째서 선생님이라는 목표로 쭉 나아가지 않은 거야?

글쎄.

엄마는 그 얘기만 하면 말을 줄이더라.

할 말이 없어서.

그랬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근데 또, 엄마가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로 왔지만,

지금은 좋아.

너무 좋아하고 만족하지는 마.

어느 날 갑자기 확 속상해질 수도 있어.





엄마, 잘 죽는 게 꿈이라니,

죽는 건 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죽는 게 죽는 거지, 잘 죽는 게 어디 있어?

잘 죽는 거 있지 무슨! (버럭)

죽을 때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그런 감정을 갖지 않는 거.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야.

그거 선생님 되는 거보다 더 힘든 거 같은데?

힘들겠지.

그래도 우리가 생각을 못해서 그렇지

많이 있을 것 같아 그런 사람.

그런가?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삶이라는 게 있잖아.

무조건 밥만 먹고 잠만 자고 일어나서 좀 움직이고

그렇게 해가지고 그런 상태가 될 수는 없어.

에엑?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운동 좀 하고,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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