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숙’s answer. 꿈이라는 단어의 마지막 꿈

아빠 인터뷰 13차__Q.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by 김맏딸



영숙에게 어떤 확고한 꿈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영숙은 언제나 물 흐르듯 사는 사람으로 보였으니까. 하지만 영숙의 대답은 언제나 내가 생각지도 못한 물길 저 너머에 있다.





Q. 엄마, 고등학교 졸업 전에 어떤 꿈을 갖고 있었어?





헤르만 헤세가 생각났어. 학창 시절에 내 내면에 충만했던 소설과 시, 수필의 작가지. 그의 소설의 주인공처럼 살고 싶었어. 시와 수필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내 몸과 마음을 흠뻑 적시게 만들고 싶었지. 그냥 말 그대로 시처럼 수필처럼 살고 싶었어. 시와 수필은 먼 훗날 내가 이뤄내고 싶은 꿈이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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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힘든 인생을 걷고 걸어 언젠가는 도달할 곳. 지금 생각이 나네. 진정한 내 꿈이 그거였다는 게. 시와 수필을 쓰겠다는 게 아니라, 시와 수필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물론 이렇게나마 글을 쓰기까지 하고 있으니 더 바랄 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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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희망은 항상 선생님이었지. 내가 뭘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아버지께서 ‘선생님이 어떠냐?’고 하셨어. 여자는 선생님이 제일 좋다고. 달리 생각나는 게 없어서 그렇게 썼어. 그리고 시골이라 직업이 그리 다양하지가 않은 거야. 친척도 없었으니 보고 듣는 것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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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희망을 물을 때마다 항상 선생님이었지. 한 해, 두 해 가면서 할 수 있을 것도 같았어. 수학 과목을 좋아했어. 하지만 수학 선생님이 될 만한 실력은 안됐지. 글도 마찬가지였어. 학창 시절 내내 문학부였는데 –특별히 잘하는 게 없어서- 거기서도 특별한 재능은 보이지 않았어. 잘 쓰고 싶은 욕심만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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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면 세상을 알게 되고, 삶과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지. 책을 읽으면서 생긴 온갖 생각과 느낌이 뒤범벅이 되어 내 수준에 맞게 써지는 거야. 그러고 보면 궁극적인 꿈은 잘 죽는 거였나 봐. 평화로운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 그게 마음속 깊이 담겨 있다가 불쑥 튀어나오네.


이런 꿈을 꾸던 사람이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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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는 질문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섞인 답변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영숙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 Behind

엄마, 시처럼 수필처럼 사는 게 대체 뭐야?

자연 속에 서 있어도 그렇게 불편하지 않은

그런 상태를 원하는 거야.

무정부주의자야? (ㅋㅋ)

그런 거 아니야. (ㅋㅋ)


수학 선생님은 아니어도,

가정 선생님이라도 하지.

어째서 선생님이라는 목표로 쭉 나아가지 않은 거야?

글쎄.

엄마는 그 얘기만 하면 말을 줄이더라.

할 말이 없어서.

그랬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근데 또, 엄마가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로 왔지만,

지금은 좋아.

너무 좋아하고 만족하지는 마.

어느 날 갑자기 확 속상해질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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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잘 죽는 게 꿈이라니,

죽는 건 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죽는 게 죽는 거지, 잘 죽는 게 어디 있어?

잘 죽는 거 있지 무슨! (버럭)

죽을 때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그런 감정을 갖지 않는 거.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야.

그거 선생님 되는 거보다 더 힘든 거 같은데?

힘들겠지.

그래도 우리가 생각을 못해서 그렇지

많이 있을 것 같아 그런 사람.

그런가?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삶이라는 게 있잖아.

무조건 밥만 먹고 잠만 자고 일어나서 좀 움직이고

그렇게 해가지고 그런 상태가 될 수는 없어.

에엑?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운동 좀 하고,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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