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인터뷰 3차__Q. 어린 시절, 어떤 생일을 보냈나요?
☎ prologue
엄마, 이번 주 주제 봤어?
응, 봤어.
엄마, 목소리가 우울해 보이네.
나는 생일날에 뭐 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
먹은 것도 받은 것도,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도 모르겠어.
어떡하니, 엄마 이번엔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헉, 정말로 생일날의 기억이 전혀 안나?
응.
엄마 옛날 일들 되게 선명하게 기억하잖아. 이상하네.
그래도 주제를 바꿀 순 없어요. 그럼, 생일에 관련된 얘기를 써보면 어떨까?
그게 무슨 소리야?
내 생일상은 정말 뻑적지근하게 잘 차려 줬잖아.
그건, 엄마가 평소에 너한테 살갑지 못해서 생일날이라도 잘해주려고 그런 거지.
엥, 엄마 평소에 나한테 살갑지 못했어?
세상에. 나 그런 거 전혀 몰랐는데? 기억도 전혀 안 나고.
에잇, 괜히 얘기했네. 얘기 안 했으면 몰랐을 것을.
헐, 엄마. 미안해서 내 생일상을 잘 차려줬던 거야? 하하핫.
Q. 엄마, 엄마는 어린 시절에 생일날을 어떻게 지냈어?
미역에 칼슘이 많다고 해서 아침에 미역국을 끓이고 있는데, “오늘 해영이 생일이야!”하고 너희 아빠가 말하더라. 깜짝 놀랐어. 네 생일을 잊기도 하다니……. 나이를 먹기도 먹었나 봐. 미역국이라도 끓여 먹었니?
엄마도 결혼하고 나서는 엄마 생일에 스스로 미역국을 끓여 먹었단다. 저녁에는 아빠가 케이크랑 꽃을 사 들고 오시곤 했지. 그런데, 그 이전엔 생일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 생일 선물이나 생일 파티나 심지어는 미역국조차도. 어떻게 된 일이지? 생일에 대한 기억만 상실할 수도 있는 걸까?
네가 생일마다 생일상을 받아서 엄마도 그랬으려니 했지? 엄마 어린 시절에는 생일에 대한 문화가 그리 넓게 퍼지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그런 어린 시절을 살았으면서도 너희들 생일을 챙겼던 건 무엇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텔레비전의 영향이었을까?
하여간 네 생일은 마침 아빠의 월급날이라 좀 더 풍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한일은행(잊지도 않아)에서 돈을 찾아서 장을 보고, 집에 와서 생일상을 차렸지. 아이들은 돈까스를 좋아해서 큰 접시에 가득 썰어 담아 주고, 과자도 잔뜩 쌓아 올려 주었지.
넌 어릴 때부터 언니들이랑 친구들이 많았어. 말을 잘하고 붙임성이 좋아서 그랬나 봐. 잘 어울리는 게 좋아서 생일상 차려 주는 것도 재미있었지. 이젠 역으로 너희들이 우리 생일을 챙겨 주는구나. 별로 잘해주지 못했는데도 해마다 즐겁게 해 주어서 고맙다.
어린 시절, 영숙은 한 번도 잊지 않고 내 생일상을 푸짐하게 차려주었다. 집에서 직접 두들기고 후추와 밀가루, 계란과 빵가루를 순서대로 입혀 튀긴 돈까스는 생일상에 빠진 적이 없었다. 큼지막한 케이크는 생일상 한가운데 있었고, 영숙의 루즈(?)를 빌려(?) 바른 모습으로 의기양양하게 촛불을 부는 내 모습도 사진에 찍혀있다. 하지만 내 생일상의 다리가 휘어지는 동안 영숙의 생일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얼마 전 영숙의 생일날 아침에 부산을 떨며 열심히 미역떡국을 끓였다.
☎ Behind
엄마 근데 왜 평소에 나한테 살갑지 못했어?
글쎄 엄마 성격이 그랬던 거 아닐까?
엄마 지금 성격은 안 그렇잖아.
많이 살다 보니까 좀 성격이 바뀌는 거지.
그땐 어땠는데?
엄마라는 노릇을 한 번도 안 해봤잖니. 그니까 미흡한 거지. 할 줄을 몰랐던 거야. 엄마 노릇을.
뭐 딱히 못 했다고 생각 안 하는데 난.
옛날에 짜증도 많이 내고 그랬잖아.
다른 아줌마들은 살가웠어?
특히 손꼽으라면 소망분식 아줌마. 영기 엄마라고 왜. 옥림빌라에 살던 사람 있잖아.
(영기 엄마... 호박고구마?) 엥? 그 사람이 어떻게 했는데?
아주 살갑게 굴었지. 어른한테든 애기들한테든. 싹싹하고.
물질적인 건 아니고 대하는 태도 얘기야.
흠. 그냥 성격이 그랬던 거겠지.
엄마, 근데 아빠가 엄마 생일날 꽃 사 오면 엄마는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아.
안 좋았던 거야. 내심 좋은데 안 좋은 척했던 거야?
좋아할 줄을 모른 거지.
좋은데 좋은 표현을 할 줄을 모른 거야.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럴 수가 있었어.
아빠는 그거 알아?
글쎄.
뭐 쪼끔 알겠지?
지금이라도 말해줘.
엄마 그리고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나 붙임성 안 좋았어. 되게 내성적이었어.
아니야. 너 붙임성 좋았어. 나쁘게 말하면 되바라졌다고 할까?
어쨌든 똑 소리 났어.
언니들이 되게 좋아하고 막 데리고 다니고 그랬다니까.
아주 어릴 때부터.
언니들은 많았는데, 친구들은 나 별로 안 좋아했어.
2학년 때였나? 내가 생일 초대하니까. 갈지 말지를 결정하자면서 자기들끼리 토론한 적도 있어. 그건 기억나.
그런 적이 있었어?
응, 그래 놓고 우리 집 와서 아무 일 없는 척 신나게 먹고 놀았다니까!
혹시 나 왕따였나? ㅋㅋㅋ 기억력이 나빠서 진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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