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현루


돌은
말이 없다.
말하지 않고,
말할 줄도 모른다.

하지만
돌 앞에 서면
어떤 말도
부질없어진다.

그건 단단해서가 아니다.
지나온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람이
한 생을 살아가는 동안
돌은
그 자리에 있었다.
봄도 겪고
겨울도 견디며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누군가는
그를 차고 지나가고
누군가는
그를 징검다리 삼아 건넌다.
누구도
돌에게 고마워하지 않지만
돌은
그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상처를 받으면
그대로 금이 간다.
부서지면
조용히 흩어진다.
돌은
결코 울지 않지만
오래 보면
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가끔
그런 돌이 부럽다.
세상 앞에
자신을 내놓고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
아니,
흔들리더라도
그 흔들림조차 껴안고
다시 자리를 지키는 그 무게감.

돌은
길을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돌 위에
길은 만들어진다.

어디에도 가지 않지만
세상은 그 위로
지나간다.

돌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과묵하고,
그러나 침묵으로 세상을 품는 사람.
누구에게 밟혀도
누구의 발걸음이든
묵묵히 이겨내는 사람.

그리하여
언젠가 누군가가
말없이 쉬어가는
따뜻한 자리 같은 존재가 되는 것.

돌은,
그 자체로 완성된
시간의 문장이다.
나는 그 문장을
오늘도
조용히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