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누구도 그 자그마한 푸름에
눈길을 오래 머물지 않는다.
하지만
이끼는 느리게,
그리고 꾸준히
세월을 품는다.
바위 위에
먼지처럼 내려앉아
세찬 비바람도
뜨거운 햇살도
하나하나 견디며
그 자리에서
시간을 짓는다.
이끼는
커다란 나무도 아니고
높은 산도 아니지만
자기 몫의 세상을
소리 없이 일군다.
그 작음이
겸손이고,
그 느림이
굳건함이다.
나는 가끔
이끼가 되고 싶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도
내 존재를
숨기지 않고
하나씩 쌓아 올리는 삶.
바람에 흔들려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조용한 생명력.
이끼는
끝내
그 자리에서
초록의 기적을 만든다.
나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지만 단단한
나만의 이끼가 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