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서서히 빠져들다
처음엔,
작은 웅덩이인 줄 알았다
빛을 조금 머금은
고요한 물의 얼굴이었다
너는
말없이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말없이 그 곁에 다가갔다
발끝부터
서서히 젖어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어느새
무릎까지 잠겼고
가슴께까지
숨이 묽어졌다
도망치려 했던 적도 있었다
너의 눈빛이
너무 깊어
나는 그 속의 나를
알아볼 수 없었기에
하지만
늪은 도망치는 이들을
더 깊이 끌어당긴다
저항할수록
나는 너에게 가까워졌고
버둥거릴수록
너의 체온에 잠겼다
사랑이
빠져드는 것이라면
너는
내게 온전한
침몰이었다
나는
기꺼이 가라앉았다
다시 뜨지 않아도 좋을 만큼
너의 깊이에 안겼다
이 늪에서
나는 나를 버렸고
너를 얻었다
지금 나는
숨 쉬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너라는 물아래에서
숨을 참고
매일,
조금씩 더
익숙해진다
너는
나를 삼킨 늪이자
나를 가만히 안고 있는
연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