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산길을 걷다 문득
발끝이 서늘했다
양말이,
낡아 있었다
봄을 지나고
여름을 건너며
조용히 해진 자리
한 조각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나는
작은 바늘 하나와
희미한 회색 실을 꺼냈다
산 바람 부는 마루 끝에서
허리를 숙이고
한 땀,
또 한 땀
바닥에 쓸려간 실밥을
되짚었다
그건 단지
양말을 꿰매는 일이 아니었다
구멍 난 마음,
삐져나온 생각 하나,
조용히 풀려가던 인내를
다시 엮는 일이었다
발끝이 다시
따뜻해지자
나는 이상하게
조금 덜 외로웠다
손끝에 남은 실 가닥을 자르며
나는
이 단순한 수선이
하루를 버티게 해 준다는 걸
비로소 알았다
세상은
새로움만을 말하지만
때로는
낡은 것을 꿰매며 사는 것이
더 고요한 용기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이 작은 양말 속에
나를 조용히 수선하며
한 걸음씩
인생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