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닿기 전,
그녀는
새벽의 어둠 속에서
느티나무 아래 벌어진
첫 피의 꽃 같았다.
나는
심장이 아니라
혼으로 떨었다.
그녀의 숨결은
내 혈을 흔들었고
그 떨림은
핏줄 따라 맴돌았다.
입술이 입술을 스치던 그 순간,
세상은 핏빛으로 물들었고
별들은 눈꺼풀 안에서
미세하게 부서졌다.
그건 하나의 시(詩)였다.
생의 처음 울림.
이름 없는 음성의 기도.
살 속으로,
살 너머로
어떤 존재가 파고들었다.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깊고,
너무 오래된 무언가였다.
나는 그녀 안에서
태초의 불을 보았다.
하늘이 처음,
땅을 껴안던 그 순간처럼.
입맞춤은
그저 살의 행위가 아니라
창조였다.
나는
입술로 써 내려간
그녀의 경전을
끝내 다 읽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한 번 죽었고
다시 태어났다.
그녀는 내게
세상의 시작이었고
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