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중한 것을 오래 곁에 두고 싶어 합니다.
좋은 사람, 따뜻한 말, 함께 있을 때 편안한 존재.
그런 인연이 생기면 자연스레 그 사람과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깁니다.
그러나 인연은 우리가 붙잡는다고 머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붙잡으려 할수록 멀어졌고, 흘려보내려 했을 때 비로소 머물렀습니다.
인연은 물과도 같습니다.
흐르게 둘 때는 맑고 아름답지만, 억지로 막으면 탁해지고 썩기 시작합니다.
그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손으로 움켜쥐려 하면, 결국은 남는 것 없이 흩어지기 마련입니다.
저 또한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좋은 인연이었고,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의 기대가 커질수록 상대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결국 우리는 서운함만 남긴 채 조용히 멀어졌고, 그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붙잡으려 했던 것은 사람보다 ‘내 마음의 불안’이었다는 것을요.
인연은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어떤 인연은 평생을 함께하지만, 어떤 인연은 잠시 머물다 떠나야 합니다.
그 떠남이 반드시 이별이나 실패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서로가 걸어가는 길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애써 관계를 이어가려 할 때, 오히려 관계는 더 빠르게 상해버립니다.
말을 자주 하지 않아도, 얼굴을 자주 보지 않아도,
서로를 향한 마음이 흐르고 있다면 그 인연은 이어져 있는 것입니다.
그 마음의 강줄기를 불안으로 막지 마십시오.
오히려 조용히 그 흐름을 지켜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관계에서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나를 아직 좋아하나요", "나는 잊히지 않았나요", "당신은 여전히 내 편인가요"
이런 질문들은 결국 나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진짜 인연은 확인하지 않아도 연결되어 있고,
오히려 확인하려 할수록 그 연결은 조용히 끊어지기도 합니다.
어떤 인연은 그냥 그런 인연으로 남아야 합니다.
‘사랑’이 되지 않아도, ‘가족’이 되지 않아도,
그저 지나간 한 시절의 따뜻한 풍경으로 남는 것.
그런 인연도 있습니다.
붙잡지 않는다는 것은 차갑게 돌아서거나 무관심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오히려 가장 따뜻한 배려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머물고 싶다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도록,
그 자리를 비워두는 마음.
그것이 진짜 인연을 대하는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그 인연이 진짜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당신 곁에 도달할 것입니다.
때로는 사람이 아니라 기억으로, 혹은 다른 인연의 얼굴로 돌아오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당신을 지금의 당신으로 만들어주는 힘이 됩니다.
인연은 붙잡는 것이 아닙니다.
흘러가게 둘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넓은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넓은 마음은 또 다른 좋은 인연이
당신을 향해 흐를 수 있는 길이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