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몇 가지
"날라리 출가하다" 브런치북은 출가 전과 후 비구계 수계까지 5년 동안의 이야기를 이어서 쓰고
있는데요,
이번 화는 절에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들만 모아 풀어보려 합니다.
산속에서의 생활은 아무래도 벌레며 동물이며 사람이 아닌 것들과 부딪히는 일이 많아 잊히지 않는 일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그중 몇 가지를 들려드릴게요.
산이라는 곳은 참 신비롭고도 때론 가혹한 곳입니다. 특히 토양 상태에 따라 지네가 유난히 많은 곳이 있는데,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갑자기 머리를 무언가가 기어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삭발한 머리를 가진 상태라 그 느낌이 더 생생했죠. 순간 따끔해서 손으로 툭 쳤고 전깃불을 켜보니 커다란 지네가 있었습니다.
징그럽기로는 최고였죠. 그 녀석은 머리를 가로질러 기어가다 제 머리를 물어버렸고, 이후 붓고 열이 나며 상태가 악화돼 응급실에 가서 주사를 맞고 링거도 맞았네요. 회복이 되어갈 때는 어찌나 가렵던지 고생을 했네요.
또 한 번은 일하다가 양말을 벗어놓고 다시 신었는데, 발에 따끔함을 느껴 벗어보니 작지만 지네가 물어버렸더군요. 그나마 작은 사이즈라 심각하진 않았지만, 붓고 가렵고 한동안 고생했던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산에는 대나무 숲이 있습니다. 거기서는 반찬 재료로 가끔씩 죽순을 채취하는 일이 있었는데, 대나무 숲은 뱀이 많다고 해서 늘 장화를 신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바쁘다는 핑계로 장화를 못 챙겼습니다.
그러다 죽순을 따다가 뱀에게 물리고 말았죠. 다행히 독사는 아니었지만, 그 따끔함과 부은 발, 그리고 며칠간 걷기가 힘들었던 고통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산속 깊은 곳, 도반 스님을 만나러 갔을 때였습니다.
스님과 포행 삼아 산길을 걷다가 멧돼지를 마주친 적이 있는데, 순간 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도반 스님께서 경험이 있어서 침착하게 상황을 대처해 주셔서 위기를 넘겼습니다.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었죠.
산에는 벌들이 있습니다. 한 번은 벌집을 건드려서 벌에게 얼굴을 쏘여 퉁퉁 붓고 열나고 가려워서 고생 좀 했습니다.
또 한 번은 사찰과 가까운 산에서 불이 났던 일이 있습니다. 범종을 마구 치는 비상 신호가 울려 퍼졌고, 저를 비롯해 주민들과 스님들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산불 진압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연기를 등지고 있지 못해 정면으로 연기를 들이마시며 숨이 막혀 정신을 잃고 말았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고, 그때부터 산불이나 화재 시 질식사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있었습니다.
큰 절들은 관광사찰인 경우가 많아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그중에는 예의 없는 건달들도 가끔 관광 삼아 오고는 했습니다.
어느 날, 범종을 시끄럽게 치며 난동을 부리는 술 취한 건달 무리가 있었는데, 공부하던 학인 스님들과 어른 스님, 사무직 직원들이 그 장소로 가 정중하게 그만두라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더욱 난폭해지며 욕설을 퍼붓고 행패를 부렸습니다.
파출소에 신고는 한 것 같았지만 안하무인이었고 말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스님들과 제가 포함된 몇몇 학인 스님들이 몸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출가 전 검도와 태권도를 하던 경험이 여기서 그만.
저뿐만 아니라 도반들과 선배 스님들 중에는 유도, 레슬링, 복싱 등 다양한 무술을 익힌 이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상대를 어느 정도 제압할 수 있었고, 어른 스님들은 말리지 않으셨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대응이 정당했기 때문이었죠.
오랜 몸싸움 끝에 경찰이 도착했고, 사태는 일단락되었습니다.
어른 스님들의 간곡한 선처 부탁으로 그들은 훈방 조치되었고, 우리는 싸움에 대해 3천 배 참회의 절을 올리며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 후 그 건달들이 간식을 사 와 학인 스님들과 족구도 하며 이상한 인연을 이어가기도 했다는 겁니다. 세상은 참 묘하죠.
가끔 외출해 볼일을 보러 나갈 때, 승복을 입고 식당에 가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수계한 지 얼마 안 됐던 시절, 고기나 회 파는 곳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고 생각해 분식점이나 한정식 식당 위주로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냉면이 갑자기 먹고 싶어 냉면 전문점에 갔습니다. 고기는 안 팔지만 고명에 소고기 몇 점이나 계란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했죠. 그런데 주문한 냉면에 올라온 고명은 딸랑 무뿐이었습니다. 솔직히 조금 서운했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괜찮았지만 묻고는 싶었습니다. 조용히 종업원을 불러 “저, 고명이 없네요” 했더니, 그는 “밑에 깔아 두었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 배려심에 감동받아 그 집 단골이 되었죠.
17년 동안 승려생활 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많지만 몇 가지만 이야기했습니다.
산에서의 생활은 몸과 마음이 함께 단련되는 시간이었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과 마주치면서 나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가끔은 무섭고, 가끔은 웃기고, 때로는 진지한 순간들이 쌓였고 가끔은 그 시절이 아름다웠다 생각하기도 합니다.
날라리 출가하다 브런치북을 만들면서 이야기가 많을 듯했는데 알려도 될 것만 쓰다 보니 별로 없어서 10화로 마감하려 하고 훗날 기획이 잘되면 다시 다른 톤으로 써볼까 합니다.
다음화는 강원에서의 이모저모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