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로 만나는 작가들 (마지막 화)
슮 에세이스트
문장은 감정을 따라 걷고 음악으로 마음을 대신 전합니다. 사랑, 관계,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흔적을 시와 노랫말로 기록합니다.
쓰는 사람이라기보다 끝까지 느끼는 사람.
어느 날, 김필선의 <미공개 가사집 : 민들레 필 무렵>을 선물처럼 건넨 적이 있다. 사운드가 아닌 글'만으로도 한 사람의 시간을 온전히 품을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누군 가를 떠올리며 적어 내려간 문장, 차 안에서 메모장에 휘갈 겨 넣은 한 줄, 다 잊었다고 믿었던 이름이 다시 떠올라 쓴 밤의 문장들이 언젠가 멜로디를 만나기 전까지, 홀로 오래 숨 쉬고 있다. 그래서 하나의 작은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이 공간의 음원은 독자들에게 선물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보겠다고 다짐하던 날의 가사,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별이 되기를 바랐던 마음, 누군가를 사랑하고, 잃고, 그래도 다시 걸어가고 싶어서 쓴 문장들. <레옹 의가사집>은 언젠가 노래가 될지도 모르는, 아직은 페이지 위에서 먼저 숨 쉬는 노랫말들의 서랍이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는 너에게,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일어서고 싶은 나에게 이 가사들이 작은 별빛 하나 되어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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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의 서랍에서 꺼낸 화합의 언어:
레옹의 가사집과 ‘함께함’의 미학
작가 레옹은 자신을 ‘쓰는 사람’이기보다 ‘끝까지 느끼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이 문장은 그의 문학적 정체성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선언이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대개 이성적인 논리나 언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지지만, ‘느낀다’는 행위는 온몸의 감각을 열어젖히고 대상이 내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허용하는 수동적이며 적극적인 수용의 과정이다.
레옹 작가의 브런치북 <레옹의 가사집: 너에게 스며들기>는 단순한 에세이의 형식을 빌린 기록물이 아니다.
그것은 언젠가 멜로디를 만나기 위해 페이지 위에서 가쁘게 숨을 쉬고 있는 노랫말들의 서랍이자, 타인의 삶에 가장 깊숙이 스며들고자 하는 한 예술가의 간절한 기도문이다.
특히 이번 19화 ‘그때가 그리워’는 이 시리즈가 지향하는 ‘화합’과 ‘함께함’이라는 주제를 가장 서정적이면서도 치열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리뷰에서는 레옹 작가의 문장이 어떻게 우리 세상의 단절된 마음들을 이어 붙이는지, 그리고 작가가 제시하는 ‘같은 주파수’의 철학이 인간관계에 어떤 울림을 주는지 심층적으로 리뷰하고자 한다.
아울러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직접적인 교감의 매개체인 ‘음원 파일’에 담긴 의미를 짚어본다.
19화 본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비유는 단연 ‘주파수’다.
작가는 “너랑 나랑 같은 주파수였던 그때”를 그리워한다.
라디오의 다이얼을 맞추듯,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존재가 어느 접점에서 만나 동일한 신호를 공유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1) 소음이 사라진 우리만의 음악
본문 속 카페라는 공간은 수많은 사람의 말소리와 기계적 소음이 섞인 세상의 축소판이다.
그러나 작가와 ‘너’는 그곳에서 “카페 음악이 아닌 우리만의 음악”을 듣는다.
이는 물리적 환경에 구속되지 않는 정신적 화합의 상태를 의미한다.
이어폰을 나눠 듣는 행위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우주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시각적, 촉각적 증거다.
여기서 ‘함께함’은 단순한 물리적 근접성이 아니라, 서로의 감각을 공유하고 동일한 파동 속에 머무는 고도의 집중 상태로 정의된다.
(2) 심장 소리의 동기화
“그래서 우린 심장 소리가 같았던 걸까”라는 대목은 이 리뷰에서 가장 주목하는 지점이다.
심장 소리는 생명의 가장 원초적인 박동이다. 주파수가 맞았다는 것은 단순히 대화가 잘 통했다는 수준을 넘어, 삶의 박동 자체를 동기화했다는 뜻이다.
작가는 사랑과 관계의 본질을 ‘서로의 템포를 맞추는 일’로 보고 있다.
상대의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심장의 속도를 그에 맞추어 나가는 과정은 ‘화합’이 가진 가장 숭고한 형태다.
레옹의 가사는 극도로 시각적이다.
“창가 테이블”, “책 읽는 옆모습”, “가느다란 손가락”, “반달눈”. 이러한 묘사들은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기억 속에 함께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 찰나의 영원성
작가는 상대의 ‘우아한 모습’과 ‘해맑은 미소’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이는 관찰자가 대상에 대해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함께한다는 것은 단순히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아주 작은 변화와 아름다움을 내 눈에 담아두는 일이다.
그 찰나의 시선이 마주칠 때, 두 사람 사이에는 그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투명한 성벽’이 세워진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는 togetherness의 실체다.
(2) 발걸음의 무게를 읽는 눈
“너의 무거운 발걸음 내 눈에 남아있어”라는 표현은 관계의 깊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진정한 화합은 상대의 기쁨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슬픔과 고단함까지 읽어낼 때 완성된다.
상대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발걸음 소리 하나로 알아채는 그 예민한 감각, 작가는 ‘느끼는 사람’으로서 그 무거운 발걸음을 자신의 눈에 담아둔다.
이는 슬픔의 공유를 통한 화합이며, 상대의 짐을 나누어지려는 태도다.
작가 레옹은 ‘세계’라는 단어 대신 ‘세상’이라는 표현을 고집한다.
이는 추상적이고 거대한 구조로서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구체적이고 온기 있는 삶의 터전을 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별하고 흔들린다.
19화의 화자 역시 현재는 홀로 카페에 앉아 과거를 상상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비극으로만 치부하지 않는다. “하늘을 보며 너를 떠올려”라는 마지막 문장은, 지상의 인연이 잠시 끊어졌을지라도 같은 하늘 아래 여전히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기억이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화합을 현재로 불러오고, 그것을 양분 삼아 다시 내일을 살아간다.
레옹의 가사집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보겠다고 다짐하던 날”의 기록이다.
혼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 나누었던 주파수의 기억과 함께 일어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레옹의 문학은 개인의 서사를 넘어, 고립된 현대인들에게 ‘기억을 통한 연대’라는 새로운 화합의 방식을 제안한다.
레옹의 브런치북이 가진 가장 독창적인 지점은 매 화 본문 하단에 제공되는 음원 파일이다.
이는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직접적인 ‘스며듦’의 도구다.
(1) 소리의 개인 소장과 비밀스러운 화합
작가 레옹은 이 음원을 오직 독자 자신만을 위한 ‘선물’로 정의한다.
이러한 제한적 공유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 일대일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마치 가사 속 두 주인공이 카페에서 이어폰을 나눠 끼고 ‘우리만의 음악’을 들었던 것처럼, 작가와 독자 또한 이 음원을 통해 단 둘만의 주파수를 맞추는 것이다.
(2) 일상이 된 멜로디: 필자의 벨소리 경험
필자는 이 특별한 선물을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 화 제공되는 음원들을 소중히 다운로드하여 간직하고 있다.
특히 19화 ‘그때가 그리워’의 애틋한 선율은 현재 필자의 핸드폰 벨소리로 사용 중이다.
전화가 울릴 때마다 무미건조한 기계음 대신 레옹의 감성이 묻어나는 선율이 흐른다.
그 짧은 순간, 필자는 번잡한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작가가 묘사한 그 카페 창가 자리로 소환된다.
벨소리는 이제 단순히 전화를 알리는 신호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화합과 그리움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작은 별빛’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작가의 문장이 벨소리가 되어 귓가에 맴돌 때, 비로소 이 가사집은 종이 위를 벗어나 독자의 삶 속으로 완벽히 스며든다.
레옹의 가사집 <너에게 스며들기>는 인간이 가진 가장 근원적인 외로움을 어루만지면서도, 결국
그 해결책을 ‘너와 나의 연결’에서 찾는다.
19화 ‘그때가 그리워’는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찬란하게 ‘함께’였는지를 증명하는 찬가다.
심장 소리가 같았던 기억, 같은 주파수 위에서 유영하던 시간, 그리고 발걸음의 무게를 읽어주던 그 시선들. 작가는 이 모든 것을 문장으로 기록하고 멜로디로 봉인하여 우리에게 건넸다.
이 가사들을 가만히 따라 읽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비록 지금 이 순간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홀로 앉아 있을지라도, 우리에게는 다운로드해 둔 작가의 음악이 있고, 벨소리로 울려 퍼지는 선율이 있으며, 무엇보다 ‘함께했던 기억’이 있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 당신의 주파수를 맞추고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 가사집은 묵묵히 증명해내고 있다.
※지금까지 리뷰로 만나는 작가 브런치북과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건강이슈로 레옹작가님의 리뷰를 끝으로 브런치북 완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