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성냥과 발화

by 현루


성냥과 발화

​성냥은
제 몸이 부러지기 직전까지
거친 바닥에
머리를 문질러야만 합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은
우아한 마찰이 아니라
살점이 깎여나가는
비명이자 고통에서 시작됩니다.


​세상에
그저 얻어지는 온기는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가장 단단한 부분을 깎아
불꽃을 피워내야만 하는
고독한 발화의 순간이 있습니다.


​가장 짧게 타오르다 사라지기에
성냥은
자신이 피운 불꽃이
누구의 시린 손을 녹였는지
끝내 보지 못한 채
까맣게 고개를 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