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로 심장 떨리던 순간들에 대해서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20대에는 봄을 타고 30대에는 가을을 탄다.
사계절은 귀찮은 정리들을 끌고 오긴 하지만,
동시에 잊고있었던 추억을 날씨가 온도가 바람의 변화가 슬며시 내 머릿속에 가져다 준다.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던 지난 밤,
슬며시 바람이 가져다 준 추억에 심장이 떨렸다.
이젠 웬만한 큰일에도 심장이 떨리지 않는다.
아니 다르게 말하면, 설렘으로 떨리지 않는다.
이 나이에 심장이 떨리는 일이라고는 좋은일은 없고 좋은일이라고 해봤자 피식 웃고 만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 나에게만 특별하게 느껴졌던
걷는 내내 심장이 떨리는 그 순간,
심장이 너무 심하게 흔들려 먹던것도 올라올 것 같던 울렁거림
내가 무슨말을 하고있는건지 다음에 가야할곳이 어딘지 해야할일이 어딘지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 순간에만 집중했던 시간들.
가을이란
나에게 심장떨리던 순간들을 그리고 이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마음들을 기억나게 해준다.
매일 눈뜨자마자 생각했던, 그리고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던 순간들
그리고 그곳에 아무생각 없이 내던졌던 날들.
20대의 나의가을은, 기다림이었고 설레이던 날들이었고
아슬아슬하게 취하기도 했고, 대책없이 내지르기도 했다.
그떄의 세상은 참 넓고 신났었는데
지금 내 세상은 좁고 안정적이다.
심장이 대책없이 떨릴일이 없는 그리고 이젠 그 어떤 자극도 무뎌져 버린 안정적인 생활.
하지만 잘 모르겠는건 여전히 내 삶에는 설레는 일이 많은데 내 심장이 무뎌진건지 아니면,
진짜로 설레는 일이 없는건지, 무엇이 변한건지 알수는 없다.
그저 살아가고 있다.
나에게 세상은
수많은 놀이기구가 있던 놀이공원에서 아파트 한켠 아이들도 자주 찾지 않는 작은 동네 놀이더로 변했다.
매일 찾아오는 사람은 있지만, 새로운 사람은 없다. 새로운 이야기도 없다.
고루하고 지루한 날들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십년전 앉아서 수많은 고민을 했던 동네 벤치에 손을 대보았다.
십년전 내가 오늘은 많이 생각나고 보고싶다.
대책없이 흔들리고 흔들렸던 내 심장과 내 마음이 너무 보고싶다.
어릴때로 돌아가고 싶은건
어른들이 항상 하는 말씀이었던
" 그떄가 좋을때다" 라는 진리 중에 진리를 꺠닫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 설레고 흔들리던 나조차 나를 컨트롤 할수 없던 그시절
마음이 이성을 이겨버리던 그 순간들을
그 짜릿한 순간이 가을엔 그립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잃을 것이 너무 많은 지금
여전히 이성이 마음을 이긴다. 그 이유는 리스크.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잃어버릴 까봐 그리고 후회하게 될까봐.
그래서 나를 미워하게 될까봐. 그래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까봐
다만, 나중에 내 마음속에
돌아간다면, 돌아갈수 있다면 , 되돌릴 수 있다면 이라는 마음은
없길 바란다.
가을 바람이 추억을 가져다 준다.
나는.. 가을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