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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빨래

낡은 것이 주는 따뜻함

by 소심소망

까맣게 변해버린 요즘의 마음처럼

운동화 끈도 까매졌다.


나는 운동화나 가방을 사면 거의 못쓸지경까지 매일매일 신고 들다가 결국 새것으로 교체한다.

나름 패션에는 관심이 있지만, 구두는 거의 신지 않고 가방은 크로스백을 선호한다.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반짝거리는 패션보다 자연스러우면서 깔끔한 스타일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다행인건 몇년 전부터 시행한 회사에서의 자율복장

그리고, 자연스럽게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비지니스 캐주얼이라는 정의.

운동화는 그런의미에서 아주 좋은 선택지이다.

잘만 하면 정장에 운동화가 패션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패션피플이 될 수도 있는 한끝 차이의 틈이 생긴 시대니까. (하지만, 이것도 좀 나간다는 한정판 및 컬러 유행을 매우 세심하게 맞춰야 하지만..)

물론 변하지 않는 진리는 "패완얼" 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이젠 예쁜 신발보다는 편한 신발의 기준이 우선이다.

특히 엄지발가락이 편한 것을 좋아하는데, 치료받긴 애매한 내성발톱이 그 이유이다.


"편한 신발을 신어보세요" (몇년 째 신고있는데...)

"수술이나 교정을 할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도 걸을때마다 불편하다구요..)


이게 매우 불편한 것이

작은 상처가 난것 처럼 아주 미세하게 거슬리고 신경쓰고 산다는 것이다.

한발을 내딛을때 아플까봐 살짝 힘을 빼는 것이 버릇이 되어 그 걱정조차 익숙해질 지경이니까


치료를 해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뜀박질을 할수 없는게 일년에 한번씩은 짜증이나서 병원을 찾지만 결국 듣는말은 예상과 똑같다.


"고쳐질 것 같은데 고쳐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심각하진 않지만 매일의 걱정거리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가벼운 문제지만 해결하지 않는것이 맞는걸까"


운동화 빨래도 그런문제이다.

운동화를 매일 신어서 금방 더러워 지는데 매일 신기 때문에 빨아야 하는 날짜를 잡기가 어렵다.

더더욱 옷처럼 금방 마르지도 않지 않는가..

빨래방은 성에 차지 않고 그렇다고 내가 하기엔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꽤나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하면 아무생각없이 문지르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시작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

가벼운 문제인 운동화의 더러움에 대해서 해결할 때가 온것 같다.


신기한것은 운동화 브랜드에서는 운동화 물빨래를 하지 않는 것으로 판매한다.

그래서 옷처럼 세탁 가이드 같은게 운동화에는 없다.

신발은 본래 더러운 것이라 세탁하는 물건이 아니었던 건지

툭하면 드라이 필수라는 인터넷 쇼핑몰처럼

자사의 상품이 물빨래시 매우 까다롭기에 애초에 불가라고 하는 건지는 알수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운동화를 빨아본다.

더러워지고 빨고 더러워지고 빨고 하면서 낡은 운동화의 매력이 생겨나지 않는가.


모든 것은, 지난간 것만큼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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