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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의 패스트푸드

진짜로 쉬고 있나요?

by 소심소망

책 냄새가 가득했던 곳에서의 기억은 항상 좋았다.

다른것에 집중할 틈이 없을 정도로 이것 저것 꺼내보다보면 어느새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줄어들고 눈이 침침해졌다. 그럼 좋았던 책 몇권을 골라들고 도서관을 나왔다. 그럼 저녁의 해는 아침의 해보다 더 따뜻한 느낌으로 날 받아주었다. 아이들이 지치게 뛰어놀다가 음료수를 마시며 땅바닥 위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모습들도, 여기저기서 심심하게 나를 자극하는 저녁 상 차리는 냄새도..그 저녁의 해와 그 풍경과 냄새는 그 어느것이 비할바 없는 따뜻한 느낌이었다.


쉬는 것이란 그런 것이었다.

나를 마음을 달래는 것이 아니고, 나의 신체를 쉬게 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 이상의 마음의 즐거움을 찾거나 머리의 지식을 채우는 시간이 나에겐 쉬는 시간이었다.

마음을 달래고 신체를 쉬게 해주고 나서 바로 다시 일어나면 그 시간이 쉬는 시간이었는지

잠시 멈춘 것인지 알수 없었다. 꺼지지 않도록 필요한 최소한의 충전이랄까.


쉬는 것도 패스트 푸드화 되버린 것을 종종 느끼고 있다.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 보는 것이 버거워 감성에세이라는 위로시리즈를 무장적읽기도 해보고

그 중에 마음에 와닿는 내용으로 억지로 나에게 위로를 권하고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모두 다 똑같구나" 라는 마음으로 다시 힘을 내보는 것도..


뜨거운 오후 해가 나를 깨우는 늦잠을 잔지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기억속에 간만의 휴가에는 하루종일 잠만 자보리라 다짐한적도 있었지만.

엉키고 엉킨 인생의 숙제가 기어코 나를 깨워버리기 일상이었다.

그렇게 기억나는 몇년 간의 최근에는 나는 100% 충전된 적이 없었다.


꺼지기 직전의 항상 그 상태로

충천을 해도 금새 방전되버리는 오래된 구식 핸드폰 처럼

그래도 사용하기 괜찮다며 , 아직은 한참 더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엄마의 절약의 논리처럼


"그래도 어릴땐 소설책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소설책을 좋아했다.

한 문장이 한 페이지의 반을 채우는 오래된 고전부터, 직설적이고 빠른 전개의 신작까지

나는 소설책이 나오면 꼭 읽고 싶어하고 그 시간을 아끼지 않는 애소설가 였는데..

나도 모르게 소설책을 사는 돈도 시간도 아까워 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소설책 한권과 좋아하는 과자를 들고 침대위에서 뒹굴거리던

저녁 상 차려놨다는 소리에도 조금만 조금만 더 보고 갈게 하던 나인데..

어느 주말이 나에게는 분명 휴식이었는데 왜 이제 안되는걸까.


현실에도 소설같은 일이 많아서일까.

이제 기승전결이나 사건이 뚜렷한 강한 이야기는 싫은 것인가.

아니면, 패스트푸드 처럼 책으로 빠르게 힐링하기 바빠서인가.

아니면 이제는 책이 싫어지고 드라마나 영상이 더 좋아져서 인가

왜 책읽는 시간이 아까워졌을까.


나에겐 분명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이젠 책 한권 잡고 앉기가 이리 힘들줄이야.

넷플릭스, tv, 인터넷 쇼핑 바로바로 나에게 반응이 오는 것들에만 집착하고 있는 건 왜일까


책읽는 것도 숙제로 생각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책을 읽더라도 이젠 휴식이 아닌것 같아서일까.


뭐든,

그 이유가 뭐든 말이다.

인정해야하는 것은 내가 변했다 였다.

지금의 나는 소설책을 읽을 여유가 없다

그말은 지금의 나는 단순하게 나의 쾌락, 흥미, 재미에만 온전하게 몰두할 마음의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나를 돌보기의 패스트푸드화는 sns로 이어졌다.

대충먹는 음식도 그냥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풍경들도

내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 하루의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거짓위로와 힐링을 위해서였다.


바쁘게 먹은 볼품없는 백반보다

가끔 가는 이태리 레스토랑을 찍고

그냥 지나쳤던 계절의 변화의 순간을 찍고


못해도 지나고 보면 이렇게 예쁜것을 먹고

예쁜곳을 갔었고 예쁜 계절을 보냈구나 하고 ..

그래도 순간순간 나를 돌보고 귀하게 여겼구나 하는 거짓 위로를 위해서 였던 것 같다.


가끔 어렸을때 마음의 평안을 주었던

도서관 구석의 환풍기 위의 자리처럼.

내가 진짜로 쉬는 곳을 만들어주고 싶다.


"진정한 쉼은 멀리 있지 않다. 어렸을 때 기뻣던 것을 생각해보라"


의외로 거창하지 않은 단순한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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