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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마지막 날의 스타벅스

뭐하고 지내시나요?

by 소심소망

5일이라는 거의 일주일에 가까운 연휴가 손에 잡힐 듯 했지만 벌써 마지막 날이 되었다.

조금은 조급해지지 않고 아침을 준비하고 커피를 마실줄 알게 되었는데, 버릇처럼 마지막날이 되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다시 급해진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니까

좋아하는 늦잠도 자고, 책도보고, 커피도 마시고 산책도 가야지!

가을옷도 사고 싶고 마지막 날이니까 조금 특이한 음식점에서 외식도 하고싶다는 무작정 하고싶은 일들만 잔뜩 나열한 실현 가능성 없는 계획표를 머릿속에 세우며 버킷리스트 처럼 하나씩 지워가고 있었다.


정작 그 덕에 늦잠은 자지못했지만,


휴일은 분명 오늘이 마지막이 아닌데 오늘이 마지막인것 처럼 보내고 있어서

마을을 다 잡고 집 앞 스타벅스에 노트북 하나 들고 왔다.

온라인 시대라 좋은 점은, 연결만 되면 가을옷, 간식, 사람없는 곳 정보등을 직간접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글도 써볼 수 있으니까!


도심이 아닌 아파트 단지 안에 위치한 스타벅스 덕에 테헤란로에 있는 지점과 다른 분위기가 있다.

누구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도 없고 사이렌의 순서로 실랑이 하는 정신없음도 픽업 데스크 앞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도 없는 그저 느리게 가는 곳이다.


공용테이블에는 대여섯살된 여자아이와 엄마가 평화롭게 동화책을 보고있는데 그 나이의 아이들이 그렇듯 집중력은 길게 가지 않았고, 엄마는 다른책을 꺼내들었다.

"만약에" 의 준비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모든 세상의 부모들은 만약, 이라는 단어에 익숙해 진다.

어른들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아이들과 함께라면 쉽게 일어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옷이 젖는 일 ( 땀이나 물 음료수 또는 알수없는 액체 등) 도 생각보다 빈번한 일이 되고 체온도 쉽게 바뀌어 환절기에는 반팔 긴팔 여벌옷까지 챙겨야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양말과 속옷도 챙기기도 한다.


또, 기본적인 욕구는 얼마나 충실한지..먹고싶다, 화장실 가고싶다, 덥다, 춥다 등의 말을 계속 이야기 하며

본인의 상태를 알려주는가 한편 그에 따른 참을성은 찾을 수 없어 즉각적인 조치를 원한다.


집중력도 마찬가지다. 한가지 일에 십분이상 집중하지 못하고 새로운 관심거리로 끊임없는 탐구를 한다.

책 한권으로는 카페에서 20분 이상을 버티기 힘들것 이다. (음료 마시는 시간 포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데리고 카페에 오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이해한다.

엄마도 오늘 커피 한잔 하는 것이 연휴 마지막날의 버킷 리스트 아니었을까.

조금이라도 오래 있고 싶어서 그토록 만약을 많이 생각하진 않았을까.


총 20 그룹? 의 사람들 중에 1명이상이 모여있는 그룹은 단 4그룹,나머지는 나를 비롯해 모두 혼자이다.

그 중 혼자 온 나이 지긋하신 중년의 아저씨가 있었는데 정갈하게 책 받침대를 놓고 "돈의 속성" 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아마도 중년의 갈곳 없이 길 잃은 돈에 대한 방향을 찾으시는 것 같다.

그 나이 즈음 되면 제테크에 대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테고 수십년 동안 마음속의 투자만 수십번 하다가 흘려버린기회들에 대한 후회도 가득할 것이다. 이미 마음속에서는 상상속으로는 재벌이 되어있을지도 모를 기회들 말이다. 이미 그런 친구들에 대한 당연한 질투와 함께 나는 뭐하고 살았던 걸까 하는 후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대로 쉬고 있는 연휴 마지막날,

내일부터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5일간의 여유를 마음속에 담아 조금이라도 천천히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기를


응원합니다.

Bye -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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