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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오 Nov 15. 2023

여름이 힘든 우유 알레르기러 : 아이스크림

우유 알레르기가 있어요. 라고 했을때 흔한 반응,


"헐? 우유알레르기요?! 못먹는 거 엄청 많겠네요? "


라면서 청자의 동공이 흔들리는데, 

그 눈 속에 우유가 들어가는 많은 음식들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다들 치즈, 버터, 요거트 등 유제품과  초코우유, 라떼 같은 커피도 못먹냐고 되묻는다. 


© brynbeatson, 출처 Unsplash


정작 우유 알레르기때문에 못먹어서 가장 괴로운 음식은, 내 경우 아이스크림이다. 

요즘은 비건디저트도 많이 나오고 카페에 비건옵션이 있는 경우도 많아서 다른 건 괜찮은데, 

아이스크림은 적당한 대체재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고오의 원픽은 벤앤제리스였다...그랬다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크러스트류다. 

차갑게 얼음 알갱이가 씹히는 하드바가 아니라, 보드랍게 크림이 혀에 착 감기는 아이스”크림”을 사랑했다. 

커피, 초콜릿, 바닐라 등 하겐다즈나 밴앤제리스 2+1일 때는 무조건 쟁인다. 

페스티벌이나 야시장을 방문하면 소프트아이스크림은 필수! 

카페 디저트 중엔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크로플, 브라우니를 제일 사랑하는데… 모두 그림의 떡, 

아니 그림의 아이스크림이 되었다. 


우유 알레르기가 생긴 후 비건아이스크림도 몇 종류 시도해봤다. 

결말은 몇 입 먹고는 냉동실에 고대로 숙성(?)중이라는 것. 

다른 비건대체음식은 맛있게 잘먹는 편인데 비건 아이스크림은 뭔가 충족이 안된다. 

인생의 즐거움이 한스쿱 줄어든 것 같아 아이스크림에 있어서만큼은 의연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강남역에서 눈 앞에 베스킨라빈스를 맞닥뜨렸고, 나는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알레르기 진단 후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라도 베라 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는데 

지금쯤이면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한 종류쯤은 베스킨라빈스가 만들어줬겠지, 

이렇게 큰 매장엔 비건 메뉴도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득 안고서 유리문을 열어제꼈다. 


키오스크로 걸어가 이것저것 아이스크림 메뉴를 눌러보았다. 

아이스크림을 누르면 칼로리 정보는 뜨는데 재료구성은 나오지 않는다. 

이래서는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가릴수 없다. 

디스플레이 냉동고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직접 들여다보니, 

각 메뉴 이름 밑에 알레르기 정보가 표기 되어 있다. 

강남역 매장에는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아이스크림으로 나주배 소르베, 스트로베리 소르베, 블랙 소르베가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찾던 크리미한 아이스크림은 아니었던 터라 나는 빈손으로 가게를 나오고 말았다. 


이 경험 이후 나는 한동안 우유 알레르기 보유인도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에 집착했다. 

인터넷에 나와있는 수제 비건 아이스크림 레시피를 따라해보기도 했지만 장렬하게도 음식물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인터넷을 열심히 뒤진 결과, 시판되는 크러스트 아이스크림의 존재를 발견해냈다! 

비건계에서 갓뚜르로 칭송받는 나뚜르에서 비건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나뚜르는 2020년에 캐슈바닐라 등의 비건 아이스크림을 출시하고 비건 인증까지 받았다. 

지금은 그린티&초코넛츠 크러스트와 초콜릿아몬드바만 판매되고 있는것으로 보인다(23년 나뚜르 공식 스토어 기준). 


쿠팡으로 그린티&초코넛츠 크러스트를 주문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은채 다음 날을 기다렸다. 

오후에 배송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을 받자마자 버선발로 택배를 영접했다. 

그렇게 만난 그린티&초코넛츠는 그때까지 먹어봤던 비건 아이스크림 중 일타였다. 

일반 아이스크림만큼이나 크리미하고 달콤하여 녹아내리는 시원함. 

기분좋게 쌉싸래한 녹차맛에 달콤하게 아작거리는 초코넛츠는 지난 2년간의 설움(?)을 사그러뜨리기에 충분했다.


하겐다즈와 이랜드이츠도 비건 아이스크림을 한국에서 출시했지만 이내 철수했다. 

역시 비건아이스크림은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기에도, 질좋은 제품을 만들기도 어려운 모양이다. 



이렇게 상품화된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 유의할 점이 있다. 

바로 성분 표시 란을 꼼꼼이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크류바, 죠스바 같은 하드바 중에는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 제품들이 꽤 있다. 

그러나 같은 죠스바라도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 제품은 오렌지&딸기 맛이고, 

메론먹은 죠스바에는 우유가 들어간다. 

스크류바도 딸기&사과맛에는 우유가 없지만 피치맛은 우유를 넣어 만든다. 

그렇기에 제품 뒷면에 크게 표시된 알레르기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우유 뿐만 아니라 유제품까지 피해야 할 정도로 알레르기 반응이 민감한 편이라면, 

분유나 탈지분유가 들어 있는지도 함께 체크해주면 피할 수 있다. 


이제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도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다. 그러니 내가 가진 기질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맛, 새로운 발견이 가득한 일상을 만날 수 있으니까. 


맛있는 비건 아이스크림 추천 (2023년 영업 기준)

크러스트류

: 나뚜르 그린티&초코넛츠. 말차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코팅된 견과류가 토핑으로 믹스된 크러스트 아이스크림으로 비건 인증을 받았다. 판매하는 편의점이 많지 않지만 공식몰 및 쿠팡에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하드바 류 

: 스크류바(딸기&사과), 죠스바(오렌지&딸기), 생귤탱귤, 탱크보이 배맛

언급한 맛 외의 자매품들은 우유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으니 성분표기란을 꼭 확인하자. 


비건 젤라또 매장 (링크)

: 한성대입구역의 아케미. 비건 아이스크림 판매 매장으로 쌀로 만든 비건 젤라또를 판매.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크림과 디저트류를 만나볼 수 있으며 질감과 맛 또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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