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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오 Nov 06. 2023

우유 알레르기러에게 라떼 = 응급실

커피 이야기


여러분은 커피를 얼마나 좋아하시나요? 

매일 아침, 지친 몸을 카페인으로 일으키기 위해 습관적으로 마시나요? 

원두를 구분해가며 다양한 커피의 향을 즐기고 계시는 분도 있겠죠? 


호주에서 필자가 만든 카푸치노


나의 커피 사랑은 역사가 유구하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한국에 문화로 자리잡기 전인 2000년대 초반, 

고등학생 때부터 동네 카페에서 모카와 라떼를 마셔왔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당연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루에 종류가 다른 커피를 세 잔씩은 마셔댔던 것 같다. 

서른을 앞두고 워킹홀리데이로 떠난 호주에서도 바리스타 교육을 수료하고 

호주 현지인의 카페에 취업해서 일하던 사람, 

라떼 아트를 연마하기도 하고, 카페에 없는 메뉴를 고안해서 스텝들에게 평가를 받던 사람, 

짠순이 주제에 집에서 라떼를 만들겠다고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이고, 

드립커피 용품, 커피프레스, 모카포트를 줄줄이 사들이던 사람, 

커피 좀 한다는 카페가 생기면 버선발로 달려가서 마시고야 말던 사람, 

인스타그램을 온갖 커피 이미지로 뒤덮던 사람. 모두 나였다. 


그런 나에게 우유 알레르기가 생긴 후 카페 = 스타벅스 공식이 생겨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유 알레르기를 진단 받은 후, 고를 수 있는 커피의 선택지가 확 좁아졌다. 

우유 알레르기 보유자로 진단받은 건 2022년 2월. 

그때까지만 해도 대체유를 구비한 카페가 참 드물었다. 

그래서 라떼를 마시고 싶으면 스타벅스로 향했다. 

알레르기 진단을 받기 전부터 스타벅스 소이라떼(라떼를 우유 대신 두유로 만든 커피)를 즐겨 마셔왔기 때문이다. 

소이라떼는 두유를 가열했을 때 생기는 텁텁한 끝맛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스타벅스에서는 오트밀크 옵션도 있어 상황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다. 

커스텀이 곧 브랜딩이 되는 스타벅스의 재빠른 행보, 아주 칭찬한다. 

다크 로스팅 원두의 쓴맛을 좋아하지 않아, 

스페셜티커피가 있거나 블렌딩 원두를 고를 수 있는 개인카페를 선호해왔는데 

우유알레르기가 생긴 후부터는 라떼가 땡길 때면 무조건 스타벅스로 향해야 했다.


대체유 오트밀크© kaffeemeister, 출처 Unsplash

카페에서 우유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유(두유, 아몬드유, 오트밀크)를 두는 것을 비건 옵션이라고 한다. 

2015년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 커피 교육을 수료하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와 호주 현지인의 카페 두 군데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했었다. 

호주의 카페들은 온갖 종류의 우유와 대체유를 구비해둔다. 

일단 저지방우유(스키니 밀크라고 한다.), 락토프리 우유, 두유는 기본이고 

매장에 따라 오트우유나 아몬드유를 비건 옵션으로 두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처음 방문한 카페에서 주문할 때 "혹시 여기 두유 있어요…?" 라고 조심스레 묻곤 한다. 

없다고 하면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근방의 다른 카페에도 두유가 있을 확률이 아주 낮기 때문이다. 

호주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I’ll have latte with soy milk.”라고 주문하고, 

혹시라도 두유가 떨어졌다고 하는 날엔 뒤돌아 나간다. 

다른 카페로 가면 필히 두유 등 다른 비건 옵션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갑게도 우리나라에서도 대체유 시장이 커지며 2022년 말부터 카페에 비건옵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개인 카페의 메카라고 불리는 서울숲 옆에서 21년 초부터 23년까지 2년 넘게 근무해왔다. 

요즘 좀 힙하다(?) 싶은 성수카페, 서울숲카페엔 비건 옵션이 대부분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2022년 초 우유알레르기 진단을 받았을 당시만 해도 

비건카페, 비건디저트를 내세우는 곳이 아니고서야 이 지역에도 비건 옵션이 일반화되어 있지는 않았다. 

스타벅스는 사무실에서 조금 멀었기 때문에, 근거리 내 카페 중 비건 옵션이 있는 곳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우유 알레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라떼를 마시기 위해 노오력(?)을 해야 했다. 


그런데 그 해 하반기부터 성수카페, 서울숲카페에 오트밀크를 갖춘 신상 카페들이 문을 열더니, 

이듬해 초부터 기존의 유명 카페들도 오트밀크를 갖추기 시작했다. 

지금은 성수나 서울숲에서 비건옵션이 없는 카페를 만나는 것이 오히려 놀랍다. 

나 같은 우유알레르기 인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이 비건 트렌드를 타고 프랜차이즈 카페들에도 비건 옵션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두유를 아주 예전부터 옵션을 두고 있었고, 21년 9월부터는 오트밀크로 대체도 가능해졌다. 

오트밀크 대표주자 어메이징 오트를 효자품목으로 내세우는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폴바셋도 

매일두유로 변경한 소이라떼를 몇 해나 전부터 밀어왔다. 당연히 오트밀크 대체도 가능하다. 

작년 말부터 타 프랜차이즈 카페들에도 대체유 옵션, 비건옵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투썸플레이스는 2023년 3월 오트밀크 브랜드인 오틀리와 콜라보를 맺고 오틀리라떼를 메뉴로 출시했다. 

중저가 카페 시장을 잡고 있는 이디야도 23년 3월부터 오트밀크를 비건옵션으로 가져왔다. 

이디야는 오트사이드 바리스타 블랜드를 사용한다. 


프랜차이즈가 이렇게 비건옵션을 가져오고 있으니, 

개인 카페에도 비건옵션이 디폴트가 되는 날이 올 것 같다. 

카페 트렌드를 선도하는 지역이 아니라면, 비건옵션을 갖추고 있는 개인카페는 아직 희귀하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필자의 동네에도 비건옵션이 있는 카페가 전무했고, 

작업을 하러 카페에 방문할 때는 아메리카노만이 유일하게 허락된 메뉴였다. 

수도권이 이러한데 지방은 더하지 않을까?


우유알레르기, 유당불내증은 지역편차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니 대체유 시장이 더욱 커지길, 대체유 비건옵션이 더욱 확산되기를 바라본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도 라떼가 마시고 싶을 때 아무 카페나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아이스 바닐라 라떼, 두유로 변경해주세요.” 라고 당당히 말할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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