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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오 Nov 18. 2023

써브웨이 레드와인식초가 지겨운 계란 알레르기인: 소스

"도깨비 방망이"라는 상품을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그렇다면 당신은 MZ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저와 동년배, 혹은 그 이상이시군요. 


홈쇼핑 열풍을 일으켰던 도깨비 방망이는 사실 핸드블렌더이다. 

믹서기는 보편적이지만 핸드블렌더가 대중적이지는 않던 시절, 

좁은 통 안에서 뭐든 휘리릭 갈고, 물에 휘리릭 돌려 세척이 끝나는 이 제품의 홍보영상은 신세계였다. 

모든 가정에서 홈쇼핑으로, 방문 판매로 하나씩 들이며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는 것이 반증이다. 

이 도깨비 방망이 광고에 나오는 대표 요리가 마요네즈였다. 

어린 시절 오징어나 쥐포에 듬뿍 찍어 고소한 맛을 즐기던 마요네즈. 

흔한 소스지만 원재료가 뭘까 궁금했던 적은 없었다. 


도깨비 방망이의 홈쇼핑 광고에서 식용유와 계란을 넣어 

휘리릭 블렌딩하면 뽀오얀 마요네즈가 솟아 나는 것을 보고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마요네즈가 기름과 계란의 조합이라니! 

기름 함량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한동안 건강을 생각하며 마요네즈를 먹지 않기도 했다. 

의지가 무색하게도 금새 감자튀김에 허브마요를 찍어 대던 손가락을 발견하곤 하지만.

 무시무시한 관성의 법칙이란. 아니, 아는 맛이란…


“고오님! 귀가 빨개요!”


우유와 계란 흰자 알레르기 진단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팀원들과 점심을 배달시켜 먹던 중이었다. 

그날의 메뉴는 김치찜. 

깻잎과 날치알, 마요네즈까지 쌈 세트가 풍성하게 준비되어 나오는 우리 팀 단골 메뉴다. 

각 재료를 착착 조립해서 한 쌈 한 쌈을 즐기던 중 팀원 중 한 명이 나를 가리키며 다급히 외쳤던 것. 

그러고 보니 귓바퀴 쪽이 살살 간지러우면서 열감이 느껴지던 차였다. 


뭐지? 김치찜에 계란이? 우유가? 이상한데… 라며 범인을 추정(?)하던 중 

내 마요네즈 소스통이 절반이나 비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상비약을 삼키고 다행히 증상은 가라앉았지만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다시 응급실 신세를 질 뻔했다.



마요네즈는 계란이 주원료인 만큼, 계란알레르기가 생겼다면 피해야 할 소스이다. 

문제는 마요네즈 베이스의 소스가 무지 많다는 것이다. 

그 소스들은 흔하고, 온갖 음식에 참 많이도 들어간다. 

돈까스를 시키면 참깨 드레싱 뿌린 양배추 샐러드가 나오고, 

맥도날드 신제품을 치즈 빼고 주문하면 양상추가 마요네즈에 푹 절어있으며, 

치킨샌드위치 안에는 렌치소스가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외식을 할 때에는 눈에 보이는 식재료 뿐만 아니라, 소스까지 생각하며 메뉴를 결정해야 한다. 


아래에 흔히 먹는 소스들의 우유나 계란 함유 여부를 표로 정리해보았다. 

위에서 식초나 간장베이스로 우유, 계란이 들어가 있지 않다고 명기된 소스도, 

시판 제품에 따라 버터나 난백이 들어 가기도 한다. 

아주 민감하게 항원에 반응한다면 시판 상품을 살 때 원재료 부분을 꼭 체크하고, 

식당을 이용 할 때는 소스에도 계란이나 우유가 들어가는지 재차 확인하는 것이 좋다. 


표에서 명시하지 않은 소스 중 브라운 소스는 소고기 육수 등을 사용하며, 

대개는 우유와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식당에서 돈까스 소스나 스테이크 소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버터를 섞는 경우가 흔하다. 

유제품이 들어가는 대중적인 소스는 사워크림. 

알싸하면서도 고소한 풍미의 사워크림은 사실 우유를 발효하여 만든다. 

우유알레르기가 있다면 타코의 사워소스에게도 안녕을 고해야 한다.


소스 선택권의 영역이라면 써브웨이를 빼놓을 수 없다. 

입맛 까다롭기가 이루 말할 데 없이 피곤하지만 매번 요리를 할 체력은 없는 내게

 정말 고마운 F&B 브랜드이다. 

우유 알레르기, 계란 알레르기가 생긴 후부터는 써브웨이에서 

레드와인식초 혹은 올리브오일과 후추만 뿌려 먹곤 했다. 

아주 가끔 용기를 내어 스위트어니언이나 칠리소스를 먹기도 해왔는데 큰 탈은 없었다. 


이번 기회에 써브웨이 앱에서 1:1 문의로 우유나 계란흰자가 들어가지 않는 소스를 문의해보았다. 

사려 깊게도 써브웨이 이 모 직원 분은 알러지로 달라진 일상을 염려해주시며 

“식초, 올리브오일, 후추, 소금”을 권해주셨다. 

마요네즈 계열 소스에는 계란 노른자가 들어가지만, 

흰자 알러지가 있다면 노른자도 되도록 피하시라는 권고와 함께. 

그래 괜찮아. 렌치 소스가 아니어도 써브웨이 샌드위치는 맛있으니까.


오뚜기 소이마요 (출처 : 오뚜기)

계란알레르기가 생겼다고 해서, 너무 맛있는, 이미 아는 맛을 모두 포기하라는 법은 없다! 

비건 씬에서 “갓뚜기”로 불리고 있는 오뚜기는 2019년 소이 마요네즈를 저렴한 가격에 상품화했다. 

집에서 요리를 할 때는 이 소이 마요네즈를 변주하여 소스를 만든다. 

레몬을 살짝 섞어 사워크림처럼 새콤한 맛을 내거나, 

케찹과 다진 피클을 섞어 사우전드 아일랜드 흉내를 내볼 수도 있다. 

레몬즙과 마늘가루 혹은 다진 마늘을 곁들여 갈릭딥핑소스를 만들 수도 있다. 

이 갈릭딥핑소스는 샐러리나 당근 등 채소스틱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코엑스에서 진행된 2023 비건페어에 방문해보니, 다양한 브랜드에서 비건 소스를 선보이고 있었다. 

비건을 염두에 두면 생각지 못하다가 걸리는 품목이 소스여서인 모양일까. 

브랜드마다 대체재를 이용해 독창적인 방법으로 비건 소스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같은 소스라도 참 다른 맛을 여러가지 맛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중 국내산 잣 함량이 높은 리스토어(@restore_seoul)의 바질페스토와, 

크래커와의 궁합이 참 좋았던 베지너(@vurtle)의 어니언크립 딥소스를 사왔다. 


소스는 두고두고 사용하는 식재료이니, 알레르기가 생겼거나 비건을 지향한다면 

취향에 맞는 비건 소스를 구비해두고 여러 요리에 활용해보는 것이 좋겠다. 

알레르기가 있더라도 고소하고 보드라운 마요네즈는 놓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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