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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오 Dec 02. 2023

요거트는 두유로 만듭니다.

두거트

집에서 요거트를 만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한 때 유산균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면역력을 놓이고, 장 건강을 지켜준다는 유산균. 

가루 형태의 유산균이 필수 영양제로 자리를 잡더니 캡슐형, 알약형 등의 아류도 많이 나왔다. 

지금도 아침 공복에 유산균을 꼭 챙겨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 시류를 타고 집에서 간편히 요거트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기도 했다. 

몇 해 전에는 그릭요거트 만들기가 한참 유행했었다. 

온갖 유튜브, SNS에는 홈메이드로 그릭요거트나 그릭모모(복숭아 그릭요거트)를 만들었다는 인증 포스팅이 우후죽순 올라오기도 했다. 




나 역시도 요거트 자체를 굉장히 좋아한다. 

딸기맛, 살구맛, 생크림맛의 가향 요거트도 좋아하지만 

플레인 요거트에 그래놀라를 섞어먹거나 과일에 요거트를 얹어먹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매우 즐겼다. 

늘 큰 플레인요거트 통을 사놓고 아침마다 먹곤 할 정도. 


나중에는 우유에 비피** 같은 발효유를 섞어 상온에 놓아두는 방식으로 직접 요거트를 만들어 먹었다. 

이 수제 요거트는 다 먹어갈 때 다시 우유를 부어 상온에 두면 

남아있던 유산균이 작용하여 다시 요거트가 만들어진다! 

가성비가 넘치는 방법까지 터득했으니 우리집에는 요거트가 마를(?) 날이 없었다. 


당연히 우유알레르기가 생기고 나서는 요거트 만들기도 중단되었다. 

나의 아침식사는 갈 길을 잃었고, 무서워서 영양제로도 유산균을 먹지 않았다. 

김치에 유산균이 충분하겠지라고 믿는 수 밖에. 

눈치 없는 신랑은 발효유나 요거트를 벌크로 사와 냉장고에 넣어놓고 꺼내먹었다. 

내가 냉장고를 열 때마다 도사리고 있는 요거트통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절여지는 것을 몰라주는 게 참 속상했다. 


‘두유에도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이 있는데 요거트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두유 요거트 레시피를 검색해보니 역시 나 같은 사람들이 포스팅해둔 비법들이 있었다. 

자녀가 우유 알레르기가 있거나, 건강 상의 이유로 유제품을 먹지 않는 사람들, 

비건을 지향하는 분들 중 요거트를 끊을 수 없었던 분들이 있었던 것이다. 

다만 우유로 만드는 요거트 보다 역시나 실패확률이 높아보였고, 

안전이 최우선인 나라는 쫄보는 드디어 요거트메이커를 장만해버렸다. 


요거베리라는 브랜드는 휴롬에서 나온 요거트 전문 브랜드인데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형태의 요거트메이커를 만들어 내놓았다. 

또한 발효유를 사용하지 못하는 우유 알레르기인과 비건을 위한 

“비건 요거트 스타터”라는 제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이 스타터는 유당과 유단백을 사용하지 않는 데어리 프리(dairy free) 제품이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설명서를 펼쳐서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니 아주 간단하다. 

두유를 스타터의 발효용기에 가득 넣고 비건 요거트 스타터 혹은 가루 형태의 비건유산균을 넣어 섞어준다. 본체의 내부에 끓는 물을 붓고 발효틀과 용기를 장착한 후 뚜껑을 덮고 하루 저녁 기다리면 끝이라고..! 

요거트 메이커를 한 번 씻어주고 물기를 꼼꼼히 말린 뒤에 설명서를 더듬더듬 따라가보았다. 

간단한 레시피인데도 왜 그렇게 긴장이 되던지. 

두유를 주방 한 쪽에 안치(?)해두고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결과는 대성공! 미리 준비해둔 키위를 깎아서 볼에 넣고 요거트를 얹는다. 

당이 없는 요거트라서 시큼한 맛이 강하니 꿀도 작은 술 둘러주면 완성. 

한 입 가득 과일과 요거트를 우물거린다. 

달큰한 과일과 새콤하면서도 꾸덕한 요거트가 기분을 붕 떠오르게 한다. 

우유 만큼 풍성한 맛은 아니지만 질감과 새콤함이 일반 요거트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이제 나도 요거트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우유 알레르기가 있으면 정말 요거트를 먹을 수 없을까? 

보통 알레르기는 단백질에 의해서 발생하며, 우유 알레르기도 유단백에 의해 발생한다. 

그래서 우유를 발효시키거나 가열하는 등의 조리로 단백질 구조에 변화가 생긴 것을 섭취하면 

우유 알레르기 증상이 발현되지 않기도 한다. 

물론 이것도 본인이 가진 알레르기의 민감도에 따라 다르다. 

심한 사람은 치즈 한 조각에도 증상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알레르기 진단 후 요거트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다가,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갔을 때 스키르(skyrr)라는 요거트가 아이슬란드 특산품이라기에 처음 시도해보았다. 

한 스푼을 가득 먹었고, 알레르기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요거트에는 반응하지 않는 체질인 것을 확인하였지만 

앞으로도 내가 일반 요거트를 찾아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우유와 계란 알레르기를 진단받은 후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채식지향)의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게 되기도 했고, 두유 요거트라는 훌륭한 대체재를 찾은 덕분이다. 

내 몸을 귀히 여기고 대접해주는 삶의 방식을 하나씩 체득하는 요즘. 

올해는 직접 그래놀라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두유 요거트와의 사랑이 더욱 깊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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